[한자 이야기]<319>獨上高樓, 望盡天涯路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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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독)은 홀로의 뜻이고 上(상)은 오르다의 뜻이다. 高樓(고루)는 높은 누각이다. 望(망)은 먼 곳을 바라보거나 바란다는 뜻이다. 涯(애)는 본디 물가를 뜻하며, 끝이나 한계를 뜻하기도 한다. 水涯(수애)는 물가, 즉 바다나 강 등 물의 가장자리를 가리킨다.

天涯(천애)는 하늘의 끝, 또는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한다. 중국의 남쪽 섬 海南道(해남도)의 남쪽 해변에는 天涯海角(천애해각)이라는 지명이 있다. 지극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겨 그렇게 부른 것이리라. 天涯(천애)의 孤兒(고아)라고 할 때의 천애는 이승에 살아 있는 혈육이나 부모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 구절은 외로움 속에서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사람에 대한 사념을 노래했다. 높은 누각에 올라 하늘 아래의 모든 방향의 길을 빠짐없이 바라보는 작자의 심정이 안타깝다. 다만 예전에 읊은 서정의 글귀는 오늘날에 와서 종종 교육적인 의미로 변형돼 통용되기도 한다. 이 구절도 남달리 높은 경지에 올라 진리를 탐구하는 것에 대한 찬양의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宋(송) 晏殊(안수)의 ‘蝶戀花(접련화)’라는 노래에 보인다. 또 唐(당)의 王之渙(왕지환)은 ‘登관雀樓(등관작루)’에서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라고 했다. 천리 먼 곳까지 다 보고 싶어서 다시 누각의 한 층을 더 올라가는 마음을 노래했다. 더 먼 곳의 경치를 보겠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지만, 더 높은 경지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누구나 더 넓은 시야를 갖고자 원한다. 그러나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 더 멀리까지 경치를 보든, 더 넓은 세상 이치를 탐구하든, 한 층 더 높이 올라가는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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