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0>着意聞時不肯香, 香在無心處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2시 59분


난초의 향기를 읊었다. 着(착)은 附着(부착)처럼 붙는다는 뜻이다. 着衣(착의)와 着靴(착화)와 着帽(착모)에서처럼 옷을 입거나 신을 신거나 모자를 쓴다는 뜻이 있다. 到着(도착)의 경우처럼 와 닿는다는 뜻, 着火(착화)처럼 불이 붙는다는 뜻도 있다. 着手(착수)는 손을 대거나 일을 시작한다는 뜻과 바둑 따위를 두는 것을 가리킨다.

着(착)은 원래 著(착)의 俗字(속자)이다. 물론 ‘저’로 읽을 때의 著(저)와는 의미가 뚜렷이 구별된다. 여기서 着意(착의)는 주의하거나 의식하는 것 또는 어떤 의도를 지니는 것을 가리킨다. 聞(문)은 소리를 듣는 것 외에 냄새를 맡는다는 뜻도 있다.

肯(긍)은 동의하거나 허락하다 또는 원하다의 뜻이다. 보통 동사 앞에서 기꺼이 ∼하려 하다의 의미를 지닌다. 不肯(불긍)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香(향)은 향기이다. 앞에서는 동사로서 향기를 풍기다의 의미이고 뒤에서는 명사로서 향기를 가리킨다. 在(재)는 존재하다의 뜻이다. 無心處(무심처)는 무심한 곳이다. 無心(무심)은 앞의 着意(착의)와 반대되는 의미로, 의식하지 않거나 의도가 없이 마음을 비운 상태를 의미한다.

난초의 향기는 날 듯 말 듯 그윽한 것이 제 맛이다. 의식적으로 맡는다고 냄새를 맡지 못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가벼운 바람결에 문득문득 풍겨 오는 향기만은 못하다. 사람의 향기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자기도 모르게 문득문득 느껴지고 아무리 오래되어도 물리지 않는 향기가 진정한 仁德(인덕)의 향기이리라. 사심과 편견 없이 늘 그런 향기에 싸여 지낼 수 있다면 어느 사이엔가 자신에게도 조금은 그 향기가 배지 않을까. 宋(송) 曹組(조조)의 ‘卜算子·蘭(복산자·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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