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나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어리 이름이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로 대표되는 일일 계획표와 같은 다이어리들이 최근 생활 목표와 습관에 맞도록 다양하게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이 들어가거나 와인에 관한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는 제품도 있다. 전문가들은 새해 계획을 잘 세우고 추진하는 방법으로 기록하기를 권유한다. 다이어리를 잘 골라서 적절히 활용하면 목표에 성큼 다가갈 수도 있다. 다이어리를 100%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요즘 나오는 다이어리 가운데 재테크 플래너가 눈에 띈다. 가계부처럼 매일매일 돈의 출납을 단순히 기록하는 게 아니라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별로 10년간 장기적인 재테크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식습관, 체중 등을 기록하고 다이어트 계획을 매일 쓸 수 있는 다이어트 다이어리도 있다. 이런 다이어리의 인기도는 이 시대 한국인의 욕망과 맞물려 있다. 스터디 플래너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다. 일일 공부계획, 교육방송 시청계획 등 학습 스케줄을 점검해 학생 스스로가 부진한 항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0년 다이어리는 같은 날짜의 10년을 한 페이지에 담아 10년간 같은 날 있었던 일을 한눈에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여행 다이어리는 배낭 여행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함께 여행지의 사진을 붙이도록 돼 있다. 아예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외국의 풍경을 담은 다이어리도 많다. 티켓북은 자신이 본 공연, 영화, 콘서트 티켓을 끼우거나 붙인 뒤 공연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쓰도록 돼 있다. 지하철 다이어리에는 각 역의 배차 시간과 출구 정보가 들어 있다.
특수 다이어리가 봇물처럼 쏟아지지만 역시 잘 팔리는 건 요란하지 않은 일반 다이어리다. ‘시간관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랭클린 다이어리와 같은 비즈니스 다이어리는 중년 남성들이 주로 썼지만 대학생까지로 사용자가 확대됐다. 만화가들이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다이어리도 꾸준히 잘 팔린다. 공연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티켓북이 유용하고, 내년을 재테크 원년으로 삼으려면 재테크 플래너를 사도 좋다.
○다이어리 첫 장에 연간 인덱스 작성
많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본보가 여론 조사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20세 이상 성인 252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 목표에 성공한 적이 많았다’고 한 사람은 31%에 불과했고 ‘실패한 경험이 많았다’는 사람이 69%나 됐다. 새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사고(42%) 사람들에게 공개해 외부적인 압박을 받고(29%) 분기에 한 번씩 점검하고(16%) 거울에 메모를 붙여 두는 데도(6%) 그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리더십센터 퍼포먼스컨설팅그룹 홍순옥 실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 막연하게, 마감시간이 없이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이 새해의 목표로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자’ ‘사업 번창하기’ ‘건강하고 부지런하자’ ‘풍요롭게 살자’ 등 추상적인 내용을 꼽았다.
이럴 때는 30대, 40대, 50대 등 평생의 인생 목표를 막연하게나마 세운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 할 일을 목표로 삼는 게 좋다. 단기 목표를 설정했다면 마감시간을 정해 다이어리에 적어 두자. 목표가 구체적인 게 좋다고 해서 ‘학교 졸업하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등과 같은 목표를 세워 다이어리에 적어 두는 건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일,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달성될 일보다는 최선을 다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일이 목표가 돼야 한다.
홍 실장은 “목표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달성했을 때 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다이어리에 단순히 기록만 하기보다 중요한 일을 묶은 ‘목차’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라이프컨설팅 코치 이혜숙 씨는 다이어리 맨 앞장에 잡지의 목차처럼 ‘연간 인덱스’를 작성할 것을 권했다.
이 씨는 스스로 매달 빽빽이 적힌 메모 가운데 중요한 일정, 기억해야 할 말과 숫자를 인덱스로 옮겨 적어 1년의 기록을 한두 장에 모은다. 사실 하루의 일정 가운데 잊어버려도 인생에 큰 지장이 없는 일들이 적지 않다. 때로 속지가 찢어지거나 분실되더라도 인건비 예산 , 새해 경영 화두, 사내에서 복잡한 일에 휘말렸을 때 적어둔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와 같은 잠언들은 인덱스에 남아 있다. 그는 “인덱스를 따로 정리하면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기 쉽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다이어리와 별도로 평생을 간직할 ‘꿈 노트’를 따로 마련해 보는 것도 좋다.
셀프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마인드에이스 강형규 대표는 “나의 꿈 노트에는 ‘평생 100개국 돌아보기’ ‘알프스에서 스키 즐기기’ 등이 있다”며 “매일의 계획과는 별도로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을 따로 적어 두면 그 목표 자체가 행동을 이끌어 내는 힘을 스스로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해 보는 경험은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실제로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경험이 많았던 사람들은 “항상 웃고 행복하게 된다” “자신감을 얻었다”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새해 목표 작심삼일 안되려면…▼
① 과거의 실패 원인부터 파악하라=많은 사람이 작년의 실패를 반성하지는 않고 무작정 새해 계획부터 세운다. 실패한 작년 목표를 잘 살펴보면 불명확하거나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실천 계획이 빠지기도 한다. 연봉을 높이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연봉을 많이 받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사장에게라도 물어봐야 한다.
② 너무 많은 새해 목표는 실패 확률 높다=새해 목표를 세우라고 하면 수십 개의 항목을 적는다. 하지만 직장인이 하루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2, 3시간에 불과하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저녁에 학원에 다니는 시나리오는 예기치 않은 변수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모임 참석 1회와 영어공부 4회 등 두 가지 정도가 1주일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량이다.
③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라=워크숍에서 매일 아침 운동을 1시간씩 하겠다고 발표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개 1시간만을 비워 둔다. 이동하는 시간과 샤워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2시간이 걸리는 목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가능한 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토의를 하면 계획의 현실성이 높아진다.
④ 주변 사람들과 목표를 공유하라=혼자만 알고 있는 새해 목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신의 목표를 알려야 주변의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배우자에게 자고 있는 배우자의 모습은 일종의 ‘벽’이다. 목적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적절하게 반응한다면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 가끔 주위의 격려를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라=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보자. 워크숍에서는 시간 관계상 1주일 뒤와 3주일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더 자주 쓰면 도움이 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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