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기자의 맛있는 테마]서울 성북동 ‘조앤리 키친’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우리 음식이 아름답다.”

한식전문가 이종국 씨는 이 말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람이다. 그와 이야기하다 보면 ‘한국 음식이 국제경쟁력이 있는 걸 사람들이 왜 모르나’ 하는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밀려온다.

“외국에 많이 가 봤지만 한국만큼 숙성된 발효음식을 많이 먹고, 철따라 음식이 다양한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음식은 고명만 조금 바꿔도 고급스럽고 컬러풀해지는데…. 찍어내듯 만들다 보니 정성도 기쁨도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씨는 잡지에 음식 칼럼을 쓰고 요리교실을 여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가 4개월 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조앤리 키친’이란 음식점을 냈다. 4년 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낸 ‘봉황날다’는 한정식집이지만 이 음식점은 ‘우리 사계 국수전문점’이란 부제를 달았다.

이 집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많이 안다고 반드시 음식을 잘하는 건 아닐 텐데…. 모양만 예쁘고 맛은 밋밋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이 적극 추천해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다르긴 달랐다. 능이국수를 먹어봤다. 많은 사람이 버섯 중에서 송이를 최고로 알고 있지만 조상들은 능이를 으뜸으로 쳤다. 표고는 2등, 송이는 3등으로 쳤고 가격도 능이가 송이보다 훨씬 비싸다. 색깔은 표고와 비슷하지만 향은 더 은은한 능이가 국수에 꽤 들어 있다.

국물에 버섯 그대로의 맛과 향을 살리고, 다진 마늘 대신 잣가루 양념을 쓴 게 ‘오너 셰프(주인이자 주방장)’의 비법이다. 인공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유자청, 석류청, 오디, 잣가루, 생강즙 등으로 양념을 한다고 한다.

국수를 시키면 샐러드와 쌈밥을 같이 준다. 샐러드는 오디로 만든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아 부드럽다. 조밥을 묵은 깻잎에 싼 뒤 성게알젓을 올린 쌈밥도 독특하다.


촬영 : 박영대 기자

자연산 송이가 많이 나는 가을에는 송이국수를 하는 등 계절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진다. 홍게살 국수, 비빔국수, 들깨국수도 일품이다. 직접 반죽한 생면만을 쓴다. 국수는 6000∼1만5000원.

저렴해서 인기 있는 요리는 수육(2만5000원)과 궁중떡볶이(1만5000원)다. 수육은 돼지고기에다 묵은 콩잎, 묵은 깻잎, 명이 잎을 내온다. 무와 배에 고춧가루를 넣은 소 대신 북어식해랑 같이 먹는다. 궁중떡볶이는 쫄깃하고 말랑한 가래떡과 쇠고기, 표고버섯, 은행 등 견과류가 발효 간장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참게찜(4만∼5만 원)과 능이잡채(4만 원)도 있으며 한정식은 1인분에 5만∼12만 원.

25명 정도 들어가는 자그마한 집인데 커다란 그림과 장식으로 세련되게 꾸몄다. 음식값은 다소 비싸지만 먹어 보면 그만한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과학고 뒤편 돈가스 집이 많은 언덕에 있다.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 반∼10시 영업. 매주 화요일은 쉰다. 02-764-5112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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