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6>鑿井當及泉, 張帆當濟川

  •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鑿(착)은 구멍을 뚫는 끌이나 송곳이다. 구멍을 뚫는다는 뜻과 파낸다는 뜻이 있다. 鑿井(착정)은 우물을 판다는 뜻이고, 掘鑿(굴착)은 땅이나 암석을 파고 뚫는다는 뜻이다. 穿鑿(천착)은 구멍을 뚫는다는 뜻과,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한다는 뜻이 있다. 鑿破渾沌(착파혼돈)은 자연을 파괴하여 재앙을 초래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남해의 임금 숙(숙)과 북해의 임금 忽(홀)이 중앙의 임금 渾沌(혼돈)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그에게 보답하고자 혼돈에게는 없던 일곱 개의 구멍을 하루에 하나씩 뚫어주자 혼돈이 죽어버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위적인 것에 대해 반대하는 莊子(장자)의 사상을 보여주는데, 오늘날의 환경보호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當(당)은 마땅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及(급)은 미치다의 뜻이다. 泉(천)은 샘이다.

張(장)은 벌여놓다 또는 벌리다의 뜻이다. 원래는 활에 시위를 얹거나 시위를 당긴다는 뜻이다. 크다는 뜻과 誇張(과장)한다는 뜻도 있다. 緊張(긴장)은 여유가 없이 팽팽한 상태이다. 무슨 일이 곧 터질듯이 평온하지 않은 상태, 또는 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차림을 뜻한다. 帆(범)은 돛이다. 張帆(장범)은 돛을 펼치는 것으로 출항을 뜻하기도 한다. 濟(제)는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 어려움에서 救濟(구제)한다는 뜻과 돕는다는 뜻도 있다.

우물을 파는 것은 물을 얻기 위해서이니 샘에 닿기 전에 그만두면 허사이다. 또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되돌리면 돛을 펴고 출항한 의미가 없다. 어려움을 극복하여 목적한 바를 이룬다면 그 성과는 더욱 가치 있고 또 거기에서 얻는 성취감도 그만큼 더 클 것이다. 唐(당) 李白(이백)의 ‘贈友人三首(증우인삼수)’ 중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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