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이래 요즘처럼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박치’에 ‘몸치’였나…. 호호호.”
공연을 보름 앞둔 뮤지컬 ‘19 그리고 80’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박정자(65) 씨의 목소리는 2일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밝았다.
○ 연극으로만 3번 무대 올려
이 작품은 본래 연극으로 알려져 온 작품. 이번에 처음으로 뮤지컬로 바꾸어 선보인다. 죽음을 앞둔 80세 할머니 ‘모드’와 19세 청년 ‘해럴드’가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다. 해럴드 역은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린 이신성 씨가 맡았다.
“주위에서 꽃미남하고 호흡을 맞춘다고 부럽다고 난리예요. 역대 해럴드 역이 다 멋있었거든요. 여배우라고 다 이런 행운이 있는 건 아니고 ‘할머니’ 박정자만 가능한 거죠.”
‘19 그리고 80’은 박 씨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박 씨는 이 작품을 연극으로만 이미 3번 올렸다.
“주인공인 모드는 나의 이상형이죠. 여든 살이 되자 죽음을 선택한 모드는 세상을 욕심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무공해 영혼이에요. 2003년 처음 이 작품을 했을 때 ‘나도 모드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요.”
박 씨는 모드의 나이인 80세가 될 때까지 이 작품을 계속 올리는 게 목표다. 박 씨는 “‘19 그리고 80’은 내가 혼자서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붙여 놓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올해 뮤지컬로 처음 선보인 후 내년에는 연극으로, 내후년에는 뮤지컬로, 한 해씩 번갈아가며 80세까지 공연하는 게 그의 ‘아름다운 프로젝트’다.
“배우 박정자가 해마다 성장하고 바뀌면서 우러나오는 새로운 맛을 계속 보여 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 “무대만 보면 왜 그리 힘이 솟는지…”
지난해 ‘신의 아그네스’를 공연 당시 빙판길에 미끄러져 큰 부상을 당하고 무대에 섰던 그는 “지금은 건강은 문제없다”며 “무대만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평소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소 왓(So What)’이라는 콘서트를 연 것을 비롯해 자주 무대에서 노래 솜씨를 보여 왔음에도 “뮤지컬에 대한 부담은 크다”고 말했다.
“그냥 애창곡들을 모아서 부르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뮤지컬 ‘넌센스’를 하긴 했지만 그때는 웃고 움직이는 정도였고…. 보기엔 쉬워도 뮤지컬이 정말 어려운 장르라는 것을 매일 연습하며 실감하고 있어요.”
연극 버전과 이번 뮤지컬 버전의 차이에 대해서는 “연극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밝고 경쾌해졌다”며 “연출을 맡은 장두이 씨가 ‘80세 할머니와 19세 소년의 사랑이니까 컬트 뮤지컬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3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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