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기자의 맛있는 테마]서울 신촌 ‘터’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0분


살살녹는 횡성한우 꽃등심

실속있는 가격에 즐겨봐요

외식이라고 하면 고깃집을 떠올리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다. 불고기, 등심, 삼겹살 등을 구워 먹고 냉면이나 누룽지, 된장찌개와 공기밥을 먹는 게 정해진 코스였다.

요즘은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어 고기는 적게 먹고 생선과 야채를 많이 먹는 추세다. 그렇다 해도 가끔 잘근잘근 씹히는 고기를 푸지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고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문제다.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먹을라치면 호주머니 사정이 생각나고, 직접 사서 구워 먹으려면 고기를 다루기 힘들어 제 맛이 안 날 수도 있다.

이럴 때 품질 좋은 한우를 실속 있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전문식당이 있다면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신촌 지역에 있는 ‘터’는 그런 곳 중 하나다.

강원 횡성축협에서 가져오는 한우의 꽃등심 A1++ 등급 1인분(160g)을 3만3000원에 판다. 횡성 현지에서도 180g에 4만5000원에 팔기도 해 현지보다 싸다는 게 주인의 주장이다.

한우 등급의 A, B, C는 단위면적당 살의 양을 뜻한다. A가 살이 많고 좋은 등급이다. 1, 2, 3은 마블링(고기 내 지방분포)을 뜻하는데 1등급이 좋다. 거기에 +표 2개가 붙은 A1++는 가장 좋은 등급. 한우 10마리를 잡으면 A1++는 1, 2마리 분량밖에 나오지 않는다.

꽃등심을 주문하니 선홍색의 고기 사이로 하얀 마블링이 적당히 퍼져 있다. 두께 1.5∼2cm로 약간 도톰하게 잘라 구워 먹으면 좋다. 고기가 중간 정도 익으면 잘게 잘라 준다. 익어가면서 안에 육즙이 퍼져 고기가 공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때 먹어야 졸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얇게 썰었다면 육즙이 밖으로 비어져 나왔을 때 살짝 뒤집었다가 바로 먹는 게 좋다. 이 집 현종인 사장은 “쇠고기는 도축 후 0∼3도에서 보름 동안 숙성시켰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횡성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뚜렷하고 해발 700m 안팎의 준고랭지여서 한우 사육에 좋은 지역이다. 여기에 사료 및 사육기술을 개발하고 전산이력시스템으로 사육과 도축, 유통과정을 관리해 명품 한우로 자리 잡았다. 빨간색 네모난 바탕에 흰 글씨로 ‘횡성ㅎ’(전체적으로 소 얼굴 모양을 형상화)이 들어 있는 마크가 있어야 횡성축협에서 관리하는 한우다.

자타가 인정하는 ‘고기 박사’인 현 사장은 한때 직접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친구가 운영하는 횡성농장에서 고기를 가져온다고. 거세우 고기만을 쓴다. 음식점이 번듯하지 않고 주차장도 없는 데다 식구들끼리 운영하고 있어 값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한우가 원래 비싸긴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쓴소리도 한마디한다.

식사로는 쇠고기, 무, 콩나물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경상도식 따로국밥, 김치찜, 시골 깡장 등이 있다. 각각 5000원. 서대문구 대현동 신촌 기차역 옆 대신동사무소 앞에 있다. 02-312-0511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촬영: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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