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8>慮熟謀審, 力不勞而功倍.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慮(려)는 생각 또는 생각하다의 뜻이다. 계획이나 근심 또는 궁리하거나 염려한다는 뜻도 된다. 熟(숙)은 익히거나 삶는다는 뜻과 곡식 따위가 익는다는 뜻이 있다. 완전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에서 익숙하거나 능숙하다 또는 면밀하고 자세하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慮熟(여숙)은 생각이 소상하고 면밀하다는 뜻이고, 熟慮(숙려)는 소상히 또는 곰곰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謀(모)는 계획이나 책략을 뜻하며 일을 도모하거나 상의한다는 뜻도 된다. 審(심)은 상세하다는 뜻과 분명하다는 뜻이 있다. 또 자세히 살핀다는 뜻도 있다. 審問(심문)은 자세히 따져 묻는다는 뜻이다. 죄상을 밝히기 위해 캐묻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勞(로)는 힘을 들여 애쓰다의 뜻이다. 또 지치거나 수고스럽다는 뜻도 된다. 不勞(불로)는 수고스럽지 않다는 뜻도 되고 애써 힘을 들이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力不勞(역불로)는 힘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수고스럽지 않다는 의미와 남들을 수고스럽게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모두 지녔다. 而(이)는 앞뒤의 말을 이어주는데, 여기서는 그러면서도 정도의 어감을 표시한다. 功(공)은 공로나 성과를 뜻한다. 倍(배)는 갑절을 뜻한다. 事半功倍(사반공배)는 노력은 적게 들고 성과는 크다는 의미이다.

이 구절은 백성들을 위해 태수가 제방을 쌓은 일을 기록한 글 가운데 보인다. 주민들의 문제를 면밀히 고려하고서 상세한 계획을 세워 제방을 축조함으로써 적은 수고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말이다. 그 줄어든 수고와 늘어난 성과는 주로 주민에게 득이 되었지만, 최후의 공로와 명예는 태수의 몫이 되었다. 오늘날의 크고 작은 약속들도 모두 그리 되기를 기대한다. 宋(송) 歐陽修(구양수)의 ‘偃虹제記(언홍제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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