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1% 트렌드, 세상을 바꾼다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마이크로트렌드/마크 펜, 키니 잴리슨 지음·안진환 왕수민 옮김/632쪽·1만4800원·해냄

2003년 미국 은퇴자협회의 조사 결과 40∼69세 여성 3명 중 한 명이 연하남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다른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25∼29세 젊은이 중 문신을 한 사람은 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연상녀 연하남 커플과 문신 애호가. 전체로 볼 때 아직은 소수다. 하지만 점점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저자들은 이런 트렌드를 ‘마이크로트렌드’로 부르며 이제는 그것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몇몇 거대한 트렌드를 좇는 메가트렌드의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이 책에 붙은 부제는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여기서 1%는 상징적인 숫자다. 메이저의 반대인 마이너, 매크로에 대척되는 마이크로, 다수에 속하지 않는 소수를 상징한다.

저자들은 현미경을 통해 오늘날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의미 있는 ‘1%’를 모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데이트 상대를 찾는 사람들은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싱글 4명 가운데 1명이 1000개 이상의 웹사이트에서 연인을 찾고 있다.

2000년에 10개도 되지 않았던 여자 미식축구팀이 2007년에는 80개로 불어났다.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이 1970년에는 전체 결혼의 0.3%, 2000년에는 5.4%였다. K마트에 가면 스웨터와 스카프를 단돈 15달러에 살 수 있는 미국에서 오늘날 뜨개질을 하는 사람은 2000만 명에 이른다.

스스로 병을 치료하는 ‘DIY 닥터족’, 왕복 수백 km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는 원거리 통근족, 자외선을 극도로 피하는 ‘태양 혐오족’ 등도 점점 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마이크로트렌드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군대, 경찰 등에 몸담은 열혈 여장부의 76%는 자신을 보수파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이들의 표를 필요로 하는 정치인들로선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00년에는 존재조차 미미했던 ‘일광 안전(sun-safe)’ 의류가 태양 혐오족의 증가 때문에 지금은 연간 1억8000만 달러어치나 팔린다. 누군가 아무리 엉뚱한 선택을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100만 명 정도의 동조자는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 된 덕분이다.

저자들은 마이크로트렌드가 주도하는 경제를 ‘스타벅스 경제’라고 정의했다. 획일적 대량생산이 특징인 ‘포드 경제’에 대비되는 말로 소수의 니즈(needs)에 일일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이 책의 돋보이는 장점은 다양한 통계 수치다. 저자들은 주장에 그칠 수 있는 주제에도 통계를 가미해 설득력을 높였다. 홍보, 컨설팅 전문가들이 펴낸 책답다.

마크 펜은 세계적 홍보 회사 버슨 마스텔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컨설팅 전문기업 ‘펜, 숀 & 버랜드 어소시에이츠(PSB)’ 회장으로 현재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선 전략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키니 잴리슨은 PSB의 수석 컨설턴트다. 원제 ‘MICROTRENDS’.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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