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작품을 가려버린 탐욕의 덧칠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이 그림은 왜 비쌀까/피로시카 도시 지음·김정근 조이한 옮김/320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미술품 거래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은 많다. 하지만 기존의 책과 달리 이 책은 솔직하다. 수집가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을 고결한 문화행위라고 말하지만 그리고 그런 점도 사실이지만 냉정히 따져 보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미술품을 사고파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이 점을 인정한다. 저자는 독일의 미술 전문가.

미술품 거래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도 들어 있지만 미술품 거래 뒤에 감춰진 인간 탐욕의 실체에 초점을 맞추어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렇다 보니 부정적인 모습도 많이 나타난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예술품을 수집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은 예술에 대한 사랑 이전에 고리대금업으로 번 돈을 세탁하겠다는 의미였다”고 지적한다. 세속적인 부와 종교적인 경건함이 예술 속에서 교묘히 혼합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시장의 추동력은 탐욕”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심지어 앞 못 보는 사람도 그림을 산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 부호인 스티브 윈이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미술관의 전시가 종종 수집가와 후원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도 우려한다. 미술관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집가와 후원자의 소장품 값을 올려 주는 역할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저자는 “돈 앞에 무릎 꿇은 미술관”이라고 혹평한다.

미술품을 지나치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다 보니 수집가들의 취향도 비슷해진다. 작품을 수집해 돈을 벌려면 우선 이익이 되는 작품을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야 한다. 그래야 이익을 남겨 되팔 수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서로 구입하려는 작품이 비슷해진다. 미국 뉴욕이든 중국 상하이든 아라비아 사막이든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종 걱정을 그치지 않는 저자는 맨 마지막에 이렇게 질문한다. “미술이 문제인가? 돈이 문제인가?” 그러고는 이렇게 답한다. “미술을 미술로 인식해야 한다”고.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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