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보시해 새 생명주는 건 큰 보람”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6분


불교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최요삼 선수가 세상과의 인연은 다했지만 자기 몸을 보시함으로써 6명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공덕을 쌓았으니 틀림없이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불교 유일의 장기기증 단체인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면(61) 스님을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2005년 고 법장 스님 후임으로 이 단체에 몸을 담은 것은 자신이 장기 이식을 받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간질병으로 고생하던 그는 2000년 조계종 교육원장 시절 과로로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이식 수술을 받고 되살아났다.

“장기 이식의 고마움은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제게 새 생명을 준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틈날 때마다 ‘선하고 선한 영가(영혼)’라고 부르며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부처님도 전생의 수행자 시절 매에게 팔 한 쪽을 떼어주며 보시한 것처럼, 죽어 썩을 몸으로 남에게 새 생명을 주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면 스님은 올해 전국에서 모금운동을 벌여 장기기증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운동본부 이사장 외에도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광동학원 이사장 등 많은 일을 맡고 있다. 하루 평균 약속도 5, 6건씩 잡혀 있다.

“어차피 죽었던 몸이니 덤으로 사는 동안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일해야죠. 설마 일하다가 죽기야 하겠습니까.”

올 한 해를 살아갈 만한 경구를 부탁하자 그는 “‘저는 후불탱화(불상 뒤에 모시는 탱화)가 될 테니 당신은 주불(主佛)이 되십시오’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나보다 남을 앞세우는 마음이 있으면 세상이 화평해질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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