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9>溪深難受雪, 山凍不流雲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3분


溪(계)는 산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시내이다. 대체로 골짜기와 분리하기 어려우니 골짜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溪谷(계곡)은 골짜기와 그곳을 흐르는 시내를 가리킨다. 深(심)은 깊다는 뜻이다. 深淺(심천)은 깊음과 얕음 또는 깊이를 뜻한다. 難(난)은 어렵다는 뜻으로 難易(난이)는 어려움과 쉬움이다. 災難(재난) 또는 非難(비난)하다의 뜻도 있다. 受(수)는 받다의 뜻으로, 授受(수수)는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雪(설)은 눈이다. 동사로는 씻는다는 뜻도 있으니, 雪辱(설욕)과 雪恥(설치)는 차례로 모욕을 씻는다와 수치를 씻는다는 뜻이다. 難受雪(난수설)은 눈을 받기 어렵다, 즉 눈이 미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렵다고 하였으니 눈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凍(동)은 얼다의 뜻이다. 凍土(동토)는 얼어붙은 땅이다. 凍解氷釋(동해빙석)은 언 것이 풀리고 얼음이 녹는다는 뜻으로, 곤란이나 장애가 스르르 사라짐을 비유하기도 한다. 속담 凍足放尿(동족방뇨)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임시변통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며 나아가 더 나빠지는 경우를 가리킨다. 流(류)는 흐르다의 뜻이다. 흘려보내다의 뜻도 된다.

눈은 私心(사심)이나 好惡(호오)가 없어 더럽고 깨끗한 곳을 가리지도 않고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계곡이 하도 깊어 눈조차 닿기 어렵다. 꽁꽁 얼어붙은 산 위에는 구름마저 정지해버렸다. 눈의 축복마저 받지 못하는 깊은 계곡과 모든 움직임이 사라진 차가운 산이 쓸쓸하기 그지없다. 인공설이 하얗게 뿌려지고 리프트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산비탈 스키장의 모습과는 몹시도 대조적이다. 그러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즈음에는 쓸쓸하던 바로 그곳에 생명력이 넘쳐날 것이다. 淸(청) 洪昇(홍승)의 ‘雪望(설망)’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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