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뱀파이어보다 두려운건 고립감…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30 Days of Night·10일 개봉)’, 즉 30일 동안 밤만 계속된다면? 생각만 해도 미쳐 버릴 것 같은데, 정말로 그런 곳이 있다. 미국 알래스카 최북단의 도시 배로, 겨울에 한 달간 해가 뜨지 않는 이 어둠의 도시에 마지막 해가 지던 날 밤, 침입자들이 나타난다. 먼저 개들을 죽이고 전기와 전화를 끊어 도시를 완전히 고립시킨 그들은 인간 사냥에 나서고, 보안관 에벤(조시 하트넷)과 주민들은 때로는 숨고 때로는 싸우며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보는 본격 뱀파이어 영화다. 뱀파이어 무리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주로 지붕 위에서 놀며 자동차도 맨손으로 부수고 순식간에 인간의 몸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다. 핏기라고는 없는 얼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자막이 나온다)을 계속 지껄인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공포는 배로라는 도시가 주는 ‘고립감’에서 나온다. 극장 안에 냉기가 돌 정도로, 보기만 해도 지독하게 추운 그곳에 밤만 계속되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락방에 모여 있다. 나가도 죽고 안에 있어도 죽는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뱀파이어와의 대결보다 더 무섭다.

스티브 닐스와 벤 템플스미스의 ‘그래픽 노블’(성인 취향의 두꺼운 만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300’이나 ‘씬 시티’처럼 ‘그래픽 노블스러운’ 화면 구현에 힘을 쏟았다. 온통 까만 하늘 아래 새하얀 눈밭, 그 눈밭엔 시뻘건 피가 흐른다. 무섭게 ‘스타일리시’하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뒤로 갈수록 힘이 달리는 느낌을 주더니 결말 부분의 대결은 역시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면서 싱겁게 끝난다.

피범벅 하드 고어나 뱀파이어류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즐거운 오락영화, 그렇지 않은 관객에겐 ‘재앙’ 수준이다. 뱀파이어들은 총을 쏘아도 끄덕도 안 하기 때문에 도끼로 목을 잘라야 하는데 한 번에 깨끗하게 끝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도끼질을 해야 하는 그 과정을 참 자세히도 보여 준다. 청소년 관람 불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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