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현실도 동화가 되는 주문 ‘사랑’…마법에 걸린 사랑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10일 개봉하는 월트 디즈니의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은 진짜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해 ‘영원히 행복하게(happily ever after)’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다. 다른 것은 동화의 배경이 21세기 뉴욕이라는 점. 지젤은 동화 속 나라 안달루시아에 사는 아가씨. 전형적인 디즈니 캐릭터다. 마음씨? 당연히 비단결. 얼굴? 최고로 예쁘다. 안달루시아의 왕자 에드워드와의 결혼을 앞둔 그에게 왕자의 계모가 접근해 ‘영원히 행복하게’가 없는 현실로 보내 버린다. 여기까지는 애니메이션. 우물에 빠졌던 지젤(에이미 애덤스)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오면서 영화는 실사로 바뀐다.》

뉴욕에 떨어진 동화나라 순수女 지젤의 연애담

전형적 디즈니 캐릭터로 달콤한 해피엔딩 선물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 예비 공주님은 홀아비 변호사인 로버트(패트릭 뎀시)와 그의 딸 모건(레이첼 코비)을 만나고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던)는 지젤을 찾으러 안달루시아에서 뉴욕으로 온다.

시나리오 작가 빌 켈리는 이 영화를 ‘사랑스럽고 순수한 디즈니 캐릭터를 삭막하고 냉소적인 뉴욕으로 옮겨 놓은 작품’, 즉 순수함과 냉소주의의 충돌로 설명했다. 지젤의 순수함은 뉴욕의 소동으로 이어진다. 무조건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고 시도 때도 없이 과장된 공주의 몸짓으로 ‘진실한 사랑의 키스’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른다. 반면 이혼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는 동화 따위는 믿지 않는다. 딸에게도 동화보다는 여성 위인전을 선물하는 남자다.

이런 남녀가 만났다. 어떻게 될 것인지 관객은 알고 있다. 여자는 현실의 사랑을 알아가고 남자는 이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 영화를 보면 반드시 세 번 이상은 입 꼬리가 치켜 올라가는 마법에 걸린다. 지젤은 현실에서도 “아아아∼” 하고 노래를 불러 동물들을 부른다. 뉴욕의 동물들이 모여들어 바퀴벌레는 욕조를 청소하고 쥐는 칫솔로 변기를 닦는 장면. 지젤이 로버트에게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며 센트럴파크에서 노래하면, 모든 이가 놀이공원의 퍼레이드처럼 춤을 추고 노래하는 장면. 왕자와 공주처럼 차려입은 남녀가 눈으로 사랑을 느끼며 춤을 추는 무도회. 여기서 마법을 부리는 사람은 지젤역의 배우 에이미 애덤스다. ‘준 벅’(2005년)에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동화 속 공주가 되기에는 ‘눈가가 자글자글하다’(그는 33세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착하고 예쁜 공주가 멋진 왕자를 만나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 이야기. 디즈니는 이걸로 떴고 이걸로 비난도 받았다. 영화 평에 자주 나오는 ‘디즈니 만화에서나 나오는 해피 엔딩’이라는 말은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냉소다. 그러나 그런 냉소를 날리는 사람들도 각자의 삶에서는 그런 ‘존재하지 않는 해피 엔딩’을 간절히 바란다.

이 영화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모든 동화가 섞여 있다. 그러나 ‘슈렉’처럼 동화의 가치를 전복하지 않는다. ‘진실한 사랑의 키스’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 엔딩도 그대로다. 디즈니는 그들의 신화를 고수하면서 살짝 기분 좋은 패러디를 가미하는 재해석으로 ‘변했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새로운 동화를 만들었다. 전체 관람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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