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짓는 남자’의 평범한 삶 보여드리죠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에세이집 내는 디자이너 장광효 씨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했다.

'옷 짓는 남자.'

25일 출간하는 자신의 에세이집 제목도 '옷 짓는 남자'로 정했다.

"디자이너의 삶이 화려하고 도도할 거 같지만 별거 없어요. 옷 짓다 집에 가면 청소하고 밥 차려 먹고 빨래하고… 남들하고 똑 같죠. 지금까지의 나를 소박하게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1987년 국내 남성복 전문 브랜드인 '카루소'를 세운 디자이너 장광효(50·사진) 씨.

국내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 1호로 활동해온지도 벌써 21년이 흘렀다. 하지만 35번째 단독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현역'이다.

소감을 묻자 '붕어빵' 얘기부터 꺼냈다.

"20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갔는데 그 나라 남자들이 너무 멋지더군요. 그래서 '숏 다리' 한국 남자들의 스타일을 옷으로 바꿔보려 했죠. 그런 도전 정신을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20년 간 압구정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했어도 지금처럼 성공했을 것 같아요."


영상 취재 : 김범석 기자

청바지와 티셔츠가 남성 의상의 전부처럼 여겨졌던 20년 전.

장 씨는 개그맨 임하룡과 남성 3인조 댄스그룹 '소방차'에게 '승마바지'를 입혀 히트를 쳤다. 가수 조용필, 지휘자 금난새 등 스타들에게 옷을 입히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남성복 단독 컬렉션을 열었다. 또 1994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처음 진출해 6번이나 패션쇼를 열었다. 2005년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했고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책임감'이라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살고 좋은 걸 접해야 옷을 입은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거죠."

얼마 전 그는 CJ 홈쇼핑에서 옷을 팔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 G마켓과 손잡고 인터넷에서 옷을 팔고 있다. '고가' 이미지를 없애고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어서란다.

"글쎄요, 쉰을 넘기니 이제야 패션의 '패'자를 알 것 같네요. 20년 후 내가 은퇴할 때 목표가 사회 환원인데… 그 때는 완전히 알 수 있을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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