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요 ‘청산별곡’에는 해석이 다양한, 기이한 구절이 나온다.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는다’는 장면이다. 사슴 분장을 한 광대가 해금을 켜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잘난 체하는 속세인을 비꼬았다는 해석도 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절박한 민초의 심정을 그렸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해금’은 고려시대부터 오랫동안 폭넓게 사랑받아 왔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런 해금이 최근 월드뮤직 악기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수년 강은일 김애라 꽃별 등 ‘스타 연주가’의 경쟁이 치열한 해금계에 또 다른 기대주가 등장했다. 최근 해금 클래식음반과 크로스오버 음반 ‘사ㅱ미 해금을 켜거늘 1, 2집’(KBEAT뮤직)을 동시에 출반한 노은아(31).
“크로스오버를 통한 해금의 대중화와 해금의 한계를 깨는 클래식 창작곡 등 두 분야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서양의 현악기에 뒤지지 않는 해금의 가능성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사슴을 닮은 외모를 가진 노은아의 클래식 앨범에는 해금 명인 김영재가 작곡한 창작곡 ‘꽃사슴’도 담겨 있다. 해금으로 연주하는 탱고 ‘달빛의 춤’은 해금 연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는 “해금이 애절하고 심금을 울릴 뿐 아니라 해금 반주에 춤을 추며 환호할 수 있다는 강렬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음반에서는 또 ‘글루미 선데이’ ‘머더 오브 마인’ 등을 피아노, 타악,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함께 해금으로 연주하는 리메이크곡도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가야금이 아무리 뜯어도 해금이 한 번 확 긁어 주면 관객의 시선이 해금으로 쏟아지죠. 크로스오버 연주를 하더라도 전자 악기를 쓰지 않고 자연의 음색을 그대로 전하려고 합니다. 해금의 미세한 떨림과 감동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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