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탤런트 이혜영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갔을 때였다.
세련된 스타일로 소문난 그녀의 생일답게 파티에는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스타일리스트, 유명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바이어, 디자이너가 모였다. 대선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는지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으로 화제가 모아졌다. 선거나 정치에 대한 게 아니라 그의 의상이 관심사였다.
“참 세련되게 옷을 입는 것 같아.”
까다로운 감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의류 바이어 김현경의 말에 모두 한마디씩 거든다.
“이제 우리나라 대통령도 멋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대외적으로 기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선 전과 후의 옷차림이 달라졌는데 그런 면도 센스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목도리 색상도 완전히 달라지고….”
이명박 당선인의 의상이 달라졌다는 건 TV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에게 선물 받았다는 푸른 색 목도리에서 회색 계열로 바뀐 것이다. 선거 때 목도리는 주로 정치인들이 즐겨 하는 검은색이나 회색과 같은 무채색 색상이 아니라 푸른색에다 채도 또한 높았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진취적인 인물로 비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당선된 후 목도리는 후보 시절 도전적인 분위기에서 안정되고 믿음직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줬다. 푸른색과 회색이 오버랩 되면서 젊은 패기와 관록에서 나오는 노련함으로 그를 포장했다. 능력만 있으면 됐지 외모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스타일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대통령의 스타일’을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이 ‘사치’라는 개념으로 내몰리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외모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선입견을 갖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스타일’이란 자신을 나타내는 첫 번째 수단이다.
서은영 패션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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