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넌 뭐든지 될 수 있단다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내 어릴 적 꿈은 떡볶이 장수였다. 떡볶이 장수가 되면 좋아하는 떡볶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떡볶이보다 동화책을 더 좋아하게 되면서 내 꿈도 동화작가로 바뀌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서 친구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지만, 정말 내가 동화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학교 성적에 따라 꿈도 좌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다시 꿈을 꾸게 된 건 스무 살을 훌쩍 넘기고 나서인데, 나중에라도 꿈을 되찾은 걸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나에게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충고를 해주었다면 좀 더 용기를 갖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 있다. ‘그레이스는 놀라워!’(메리 호프만 글·캐롤라인 빈치 그림·시공주니어·초등 1∼3년용). 그레이스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재미있게 들은 이야기는 연극으로 꾸며서 멋지게 연기하는 재주도 갖고 있다. 잔 다르크가 되어 보고, 거미 아난시가 되어 거미줄도 치고, 보물섬에 등장하는 외다리 실버 선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피터 팬 공연을 위해 배역을 정한다고 한다. 그레이스도 다른 아이들처럼 피터 팬 역을 맡고 싶다. 하지만 반 친구들은 그레이스가 여자이고, 흑인이기 때문에 피터 팬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친구들 이야기로 우울해하는 그레이스한테 할머니는 멋진 충고를 해준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어.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야!”

‘소피는 농부가 될 거야’(딕 킹 스미스 지음·웅진주니어·초등 1∼3년용)에서 여섯 살 난 소피는 농부가 되는 게 꿈이다. 지렁이와 쥐며느리, 달팽이, 지네, 집게벌레를 키우는 소피는 농부가 되기 위해서는 동물들이나 벌레 곤충과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피의 쌍둥이 오빠들은 여자는 농부가 될 수 없고, 돈도 많이 필요하다고 기를 죽이지만 소피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빠들한테 농장을 꾸미는 데 필요한 돈을 기부하라며 돼지 저금통을 내미는 당찬 아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소피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이들에게 꿈에 대해 물으면 시험에서 100점을 맞거나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바람을 말한 것이 아닐까. 학교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늘 꿈을 꾼다.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어.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야!” 하고 충고를 해주는 어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화작가 김리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