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내 삶은 무의식의 실현”…‘카를 융-기억 꿈 사상’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 카를 융-기억 꿈 사상/카를 구스타프 융 지음·조성기 옮김/660쪽·2만3000원·김영사

의식과 무의식의 내밀한 소통, 개인의 꿈과 신화와 역사의 저변을 흐르는 집단 무의식. 이성주의와 과학주의를 넘어 인간 정신의 신비를 탐색하고 분석한 스위스 출신의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

신의 영역까지 육박해 간 전대미문의 심리학자 융의 삶과 사상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그의 자서전이다. 융의 나이 82세 때 그의 제자이자 여비서인 아니엘라 아페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고한 것이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라는 융의 말처럼 꿈과 현실, 신화와 역사,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었던 융의 심리학적 사유의 과정이 생동감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8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너 살 때 꾸었던 꿈을 생생히 기억해 내는 이야기,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의 철학을 만나고 정신의학을 거쳐 집단 무의식의 원형(原型)을 찾아낸 이야기 등을 읽다 보면 융의 심리학적 사유가 얼마나 깊고 광대하고 신비로운지 알게 된다.

“신화는 훨씬 개인적이며, 과학보다 더욱 정확하게 삶을 말해 준다. 과학은 평균 개념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으로 그 개념들은 각 개인의 생애가 지니고 있는 주관적인 다양성을 제대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일반적이다.”

융의 진면목은 신의 존재를 심리학적으로 증명하려 했다는 점. 심리학자의 자서전 차원을 넘어 심오한 철학자의 자서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등장하는 잠언 같은 은유적 비유적 표현이 매력적이다. “인간의 생애는 일종의 애매한 실험이다”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등.

그 멋진 표현은 번역자 덕이 크다. 법학과 신학을 전공한 소설가 조성기 씨가 원서의 분위기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조 씨의 말대로 자서전 문학의 백미로 꼽지 않을 수 없는 책.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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