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자원부국 국민들 울리는 에너지전쟁 고발… 자원 전쟁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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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 전쟁/에리히 폴라트 외 지음·김태희 옮김/416쪽·1만5000원·영림카디널

이 책의 원제는 ‘새로운 냉전, 자원을 둘러싼 전투’다. 독일 최고의 시사지 ‘슈피겔’ 기자들이 꿰뚫어 본 ‘새로운 냉전’의 바탕은 에너지 자원.

에너지 강대국들은 자신의 영향권 안에서 후진국으로 하여금 대리전을 벌여 싸우게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진국에 돌아간다. 에너지 강대국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에너지 공급에 결정권을 갖는 나라다. 자원이 풍부한 후진국은 오히려 자원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강대국과 결탁한 권위주의 정부는 부패하고 국민은 굶주린다. 저자들은 ‘천연자원의 저주’라 불렀다.

이처럼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철광석 석탄 등을 둘러싸고, 이젠 절대적 헤게모니를 잃은 초강대국 미국,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과 인도, 새로운 에너지 강대국 러시아 등이 새로운 합종연횡으로 긴장감 흐르는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슈피겔 기자 19명이 이 같은 ‘새로운 냉전’의 쟁점에 대해 내놓은 전망과 분석이다.

저자들은 취재 경험을 토대로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전쟁,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 천연자원의 생산과 소비구조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장점은 자원에 대한 국제적 통찰력을 보여 준다는 것. 국제 유가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를 무심코 지나친 이들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가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진 피 터지는 자원전쟁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인권 유린에 비판적이지만 2006년 주요 8개국(G8) 회담에서 시베리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핵폐기물 최종 처리장을 건설하고 그 대가로 200억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엔 핵연료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은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인데도 미국은 오히려 호의적”이라며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꼰다.

그러면 새로운 냉전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 책은 새로운 힘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 천연자원의 절대 매장량이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곤 자원 부족이 분쟁을 낳고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 에너지 강대국은 생존에 필요한 원유 저장고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무력으로 자국의 요구를 관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이 특히 심상치 않다. 이란은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이라크 남부에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중국 정부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이란 정부의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다. 이란과 적대적 관계인 미국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국제 권력으로 등장한 에너지 기업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띈다. 철광석 사업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75%를 차지하는 호주의 ‘BHP빌리턴’ 등 3 개 기업. 이들이 1주일만 철광석 공급을 중단하면 전체 철광석 산업이 마비돼 세계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이 섬뜩하다. 원제 ‘Der neue Kalte Krieg. Kampf um die Rohstoffe’(2006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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