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36>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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者(자)는 사람이나 시간을 포함하는 사물을 가리킨다. 逆(역)은 逆流(역류)나 逆行(역행)에서처럼 거스르다 또는 거꾸로의 뜻이다. 동시에 맞이하다 또는 받아들이다의 뜻도 되며, 시간적으로는 미리의 뜻이 된다. 逆風(역풍)은 거슬러서 부는 바람을 가리키며 또 바람을 안는다는 의미도 된다. 旅(려)는 나그네 또는 旅行(여행)하다의 뜻이다. 또 고대의 군대 단위의 하나로서 조선시대에는 125명으로 이루어졌고, 고대 중국에서는 500명 내지 2000명으로 이루어졌다. 군대를 통칭하기도 하며 많은 군중을 뜻하기도 한다. 逆旅(역려)는 나그네를 맞이하는 곳, 즉 여관이나 여인숙이다.

光陰(광음)은 햇빛과 그늘 또는 낮과 밤으로서, 시간이나 세월을 의미한다. 百代(백대)는 끊임없이 길게 이어지는 오랜 기간을 가리킨다. 過客(과객)은 지나가는 길손이다. 오래 머물지 않음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세월은 영원히 이어지지만 각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래 머물지 않고 흘러간다는 의미이다.

천지는 만물이 몸을 맡기는 여인숙과도 같다. 만물 중의 한 작은 존재인 인간은 그 여인숙을 독차지할 수도 없고 거기에 오래 머물 수도 없다. 시간이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손과도 같다. 영원히 이어지지만 각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곧 흘러가고 머물지 않는다. 인생은 이처럼 천지자연에 잠시 몸을 기탁하였다가 사라지는 초라하고 잠시뿐인 것이다. 그래서 李白(이백)은 “옛사람들이 밤에 촛불을 잡고 논 것은 실로 까닭이 있었다”고 하면서, 후배들과 봄날 밤에 모여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주어진 인생을 아끼며 즐겁게 살아가노라면 온 천지가 인생의 무대가 되고, 짧은 인생이 영원한 가치를 지닐 수도 있으리라.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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