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용콩쿠르 병역특례 폐지’ 무용계 반발 확산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병역법 재개정을” 비대위 성명무용단체장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무용협회 사무실에서 ‘병역법 재개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김복희 비대위원장(앞줄 가운데)이 국내 무용콩쿠르 우승자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에 반대하는 무용계 결의문을 읽고 있다. 박영대 기자
“병역법 재개정을” 비대위 성명
무용단체장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무용협회 사무실에서 ‘병역법 재개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김복희 비대위원장(앞줄 가운데)이 국내 무용콩쿠르 우승자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에 반대하는 무용계 결의문을 읽고 있다. 박영대 기자
국내 무용 콩쿠르에서 우승한 남성 무용수에게 주는 병역 혜택(현역 대신 34개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의무적으로 무용 공연)을 없애고 국제 콩쿠르 수상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이 1월 1일 시행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무용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본보 1월 8일자 A19면 참조


[2008 문화 쟁점]<2>무용-음악계

김복희 한국무용협회장,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최성이 한국발레협회장, 한선숙 한국현대무용협회장, 김긍수 남성무용포럼 대표, 조윤라 한국발레연구회 이사장, 조남규 서울무용제 총감독, 정혜진 서울예술단 무용감독 등 무용계 대표들은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무용협회에서 긴급 모임을 열어 ‘병역법 재개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칭)를 발족하고 김복희 한국무용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비대위는 “남성 무용수의 군 문제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무용수 모두에게 해당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행대로 국내 콩쿠르를 인정해 달라는 무용계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용계는 집단 공연 거부도 불사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무용전문지 ‘춤과 사람들’ 발행인인 고석림 씨는 1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방’을 통해 김종민 문화부 장관에게 국내 콩쿠르에 대한 병역 혜택 폐지의 문제점과 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문화부와 병무청 홈페이지에는 무용과 재학생과 현역 무용수들이 국내 콩쿠르의 병역 특례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병역 특례자 年 10여 명

김복희 비대위원장은 15일 모임에서 “기존의 국내 콩쿠르를 먼저 인정하고 주요 국제 대회를 추가 인정하는 쪽으로 재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수십 년의 역사와 권위를 지닌 국내 콩쿠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몇 년밖에 안 되는 해외 콩쿠르는 인정하려는 문화 사대주의적 발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남성 무용수 2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남성무용포럼의 김긍수 대표는 “국내 발레단에서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무용수 중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는 한 명도 없을 만큼 발레 무용수에게 군 복무로 인한 2년여의 공백은 치명적”이라며 “매년 10여 명에 불과한 특례자들에 대한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면 남성 무용수들이 국립발레단 등 국공립 단체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정우 씨는 문화부 홈페이지에서 “(나는) 병역 특례를 받은 발레리노”라며 “이번 개정안은 훌륭한 발레리노를 꿈꾸는 어린 후배들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무용수라고 밝힌 김은정 씨는 “무용은 남녀가 함께 춤을 춰야 하는데 남성 무용수들이 부족한 현실에서 병역 혜택마저 없다면 무용계는 암흑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역특례 폐지는 동아무용콩쿠르 등 두 개뿐”

무용평론가인 고석림 씨는 14일 A4 용지 4장 분량의 서한에서 “병역 특례가 폐지된 국내 콩쿠르는 44년 역사의 동아무용콩쿠르와 45년 역사의 한국무용협회 콩쿠르 등 두 개뿐이며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도 문화부와 국방부는 그런 역사가 하루 저녁에 쓰인 가치 없는 것인 양 이를 없애고 ‘국제’라는 단어에만 현혹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동아일보가 사세 확장이나 하려고 동아콩쿠르를 창설하고 지금껏 개최해 왔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뒤 “장관님도 관심이 있다면 동아일보 창간부터 일제에 의해 폐지될 때까지 기사를 한번 검색해서 읽어 보라. 그 시절에도 동아일보는 많은 지면을 기초 예술인 무용에 할애해 보도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동아무용콩쿠르나 한국무용협회 신인 콩쿠르를 하라고 정부가 돈을 주는가? 그렇지 않다. 아무도 돈을 대주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개최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무용예술의 가치를 아는 역사의 힘 때문이며 이를 이어가려는 그 정신을 귀하게 봐 달라”고 요구했다.

고 씨는 1990년대 공보처 공보관을 거쳐 정부간행물제작소장을 지낸 국장급 공무원 출신으로 공보처 폐지 후 문화부에서 퇴직한 뒤 1999년 현대춤협회 공모를 통해 무용평론가로 등단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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