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춘수와 더불어 가장 잘 알려진 문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꽃’)를 우리는 이제 이렇게도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네 모발을 그리워할 때, ‘이 세상의 분꽃 하나가 하늘에 묻히리라’.
이 시에서 우리는 좀 엉뚱하게도 ‘사랑은 모발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의 몸짓과 영혼은 그녀의 머리로부터 자라 나와 그녀를 떠날 듯 바람에 흩날리는 저 규정할 수 없는 머리카락을 닮았다. 모발은 ‘하늘 높이 눈을 뜨고 불리우며 흐르고 있다’.
‘지금 아내의 모발은 구름 위에 있다.’ ‘아내는 모발을 바다에 담그고 눈물은 아내의 가장 더운 곳을 적신다.’ 이러한 구절들을 우리는 김춘수가 쓴 ‘이중섭’ 연작시 중에서 읽을 수 있다. 화가 이중섭은 바다 건너 도쿄에 있는 아내와 떨어져 살았다. 가난했고 많이 외로웠을 이 화가의 붓은 그리움에 밀려 아내의 모발처럼 어느 구름 위에 떠 있고 어느 바다에 담겼을까. 지금, 이중섭의 터치는, 김춘수의 이 노래는 누구의 가장 더운 곳을 적시고 있을까.
김행숙 시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