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TV 끄고도 이렇게 신나는구나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8분


◇텔레비전 없으면 못살아!?/글렌 맥코이 글, 그림·든손 옮김/38쪽·8500원·미세기(5세∼초등 2년용)

눈만 뜨면 텔레비전을 켜는 아이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네댓 시간씩 보는 아이들. 텔레비전을 떠날 줄 몰라 엄마는 밥을 떠다가 텔레비전 보는 아이 입에 넣어줘야 한다. 텔레비전에 푹 빠진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 페니 리도 종일 텔레비전을 끼고 사는 아이다. 버튼 누르기 시합이 있다면 1등 할 정도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페니 리.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고, 방을 나가면서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못 떼는 페니 리는 실제 아이들의 모습과 닮았다. 텔레비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친구도 필요 없다고 여겨서, 미스터 바클리라는 귀여운 강아지가 옆에 있는데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정작 미스터 바클리는 페니 리랑 놀고 싶은데도. 책을 읽던 엄마 독자들은 외톨이로 텔레비전에만 빠져 지내는 실제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할 듯.

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텔레비전이 고장 났다! 리모컨을 마구 눌러도, 텔레비전을 아무리 흔들어도 화면은 깜깜하고 차갑기만 할 뿐이다. 미스터 바클리의 권유로 수리점에 가기로 한 페니 리. 밖에 나와 보니 얼마나 어색한지(그동안 텔레비전 보느라 좀처럼 밖에 나온 적이 없었단다) 색깔 조정한다고 허공에 대고 리모컨을 꾹꾹 누른다.

이 이야기는 ‘텔레비전 없이 놀 수 있는’ 재미를 작위적인 설정이 아니라, 살짝살짝 일러준다. 길 건너편에서 줄넘기하는 여자애들을 보고 텔레비전 코드로 줄넘기 줄을 만들거나, 내리막길에서 텔레비전을 타고 내려오기 등이 그것이다. 처음엔 이렇게 텔레비전을 이용한 놀이를 보여주더니 슬쩍 텔레비전을 밀어낸다. 페니 리는 이제 텔레비전 없이 미스터 바클리와 숨바꼭질을 하고 함께 연날리기 놀이도, 수영 놀이도 한다.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호함(느닷없는 텔레비전 고장. 실은 미스터 바클리의 작전이었다)과 끈기 있는 설득(다양한 놀이가 하나씩 하나씩 동원된다), 놀이에 함께 참여할 가까운 사람(미스터 바클리 같은)이다. 장난기 가득한 만화 같은 일러스트에서 페니 리의 표정은 점점 환해진다. 낚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뛰어노는 즐거움을 알게 된 페니 리는 수리점이 문 닫은 것을 알고도 더는 난리치지 않는다. 책을 따라 읽으면서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 다른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될 듯싶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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