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를 받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행복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하자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을 갖거나, 돈이 아주 많으면, 공부를 더 잘하면, 꿈을 이루면 행복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자, 아이들은 앞에서 발표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 가족들과 여행 갔던 이야기, 부모님께 칭찬받은 이야기 등이었다.
아이들이 대답한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과 실제로 느끼는 행복은 많이 다른 것 같다. 행복은 물질이 가져다주는 풍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리라. 많은 사람이 그 진리를 잊어버리고 막연한 허상만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기다립니다…’(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문학동네·초등2∼5년용)라는 편지봉투 모양의 작은 그림책 속에는 빨간 털실 그림과 함께 기다림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기다립니다… 어서 키가 크기를. 사랑을, 곧 태어날 아기와의 만남을, 아이들이 자라기를, ‘미안해’라는 한마디를, 아이들의 안부 전화를….”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계속해서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감정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이다.
‘길모퉁이 행운돼지’(김종렬 글·김숙경 그림·다림·초등 5, 6년용)는 행복을 이루기 위해 욕심만을 좇다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불행해지는 상황을 풍자한 이야기다.
진달래 마을에 새롭게 생긴 ‘행운돼지 가게’는 공짜로 행운을 나누어 주는 가게다. 가게에는 심하게 구겨진 옷도 거짓말처럼 펴지는 다리미, 재료를 넣기만 하면 최고급 요리를 만들어 주는 냄비 등 신비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주인공의 부모님도 뭐든지 하나를 넣기만 하면 두 개로 만들어 주는 항아리를 얻어 온다.
그런데 항아리를 얻어온 날부터 부모님의 모습은 점점 돼지로 변해간다. 갖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적지 않다는 것, 그리고 욕심은 행복의 반대쪽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두 권 모두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어 보고 생각해 보면 좋은 책이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기다림을 주제로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길모퉁이 행운 돼지’를 읽고 아이들과 기발하고 신기한 물건들로 인해 빚어지는 소동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끝-
김리리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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