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제이콥스 e메일 인터뷰
세상사를 모두 안다는 것.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여기에 도전했다. 적어도 이 책의 원제처럼 ‘무엇이든 아는 체하는 사람(know-it-all)’이 되기 위해서. 올해 마흔 살인 그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다 읽었다. 그런 뒤 사전의 일부 항목을 골라 옮겨 놓았다. 톡톡 튀는 해석이 돋보인다. ‘카사노바’에 대해 ‘18세기의 유명한 난봉꾼으로 도서관 사서로 삶을 마쳤다’고 설명한 뒤 ‘오늘날 사서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섹스어필하게 만드는 데 이 사실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한마디를 덧붙이는 식이다.
그가 읽은 브리태니커 2002년판은 3만3000쪽에 6만5000개 항목, 4400만 개 단어로 이뤄진 책. 누가 감히 이런 ‘무한도전’에 나설 수 있을까. 미국 브라운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거쳐 남성 월간지 ‘에스콰이어’ 편집자로서 여러 매체에 글을 쓴다는 프로필만으론 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를 들여다봤다. 알파벳 순서대로 A∼W로 시작하는 단어를 하나씩 골라 질문을 던졌다.
“뇌가 얼마나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는지, 역사를 배움으로써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책(Book)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없는 것은….
“책은 모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 나는 백과사전보다는 아내를 선택할 것이다.”
―항목을 선택(Choice)한 기준은….
“가장 재미있고, 가장 심오하고, 가장 놀랍고, 가장 슬픈 것들을 골라냈다.”
―집필하면서 힘들었던 점(Difficulty)은….
“나는 결코 백과사전 속의 위인들처럼 위대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백과사전(Encyclopedia)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나.
“매혹적이지만 졸음이 쏟아지는 부분도 있다. 포르투갈 문학에 대해 32쪽이나 되는 내용을 읽고 싶지 않았다.”
―건망증(Forgetfulness)이 심하다고 했다. 읽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기억한다. 고양이가 보이면 고대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미라로 만든 법이 떠오른다.”
“누구나 전문가를 원하는 시대다. 모든 화제를 조금씩이나마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을 행복(Happy)하게 하는 것은….
“웃는 것. 미소를 지으면 실제로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백과사전을 통해 알게 됐다.”
―인터넷(Internet)은 진짜 만능 도구인가.
“오류가 많다. 철학자 니체의 이름을 검색하면 각각 다른 철자로 43개의 결과가 나온다.”
―현대 사회에서 기자(Journalist)의 임무란….
“진실을 얘기하고 배경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근거가 없는 말들을 전하지 않는 것.”
―많은 지식(Knowledge)을 갖는 게 생활에 도움이 되나.
“지식은 지성이라는 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다. 지식을 가지면 조합을 통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삶(Life)의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해지는 것.”
―혹 편집광(Monomania)은 아닌가.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식과 정보의 원천으로서 신문(Newspaper)의 유효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배경과 견해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직업병(Occupational disease)은 없나.
“4400만 개의 단어를 읽다 보니 시력이 나빠졌다.”
―다음 계획(Project)은….
“성경의 규율에 따라 1년을 살았다. 계속해서 실천해 볼 생각이다.”
―브리태니커의 저자들에게 질문(Question)이 있다면….
“왜 그렇게 식물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Recommendation)하고 싶은가.
“칵테일파티에서 화제로 삼을 만한 소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장점(Strength)과 단점(Weakness)은….
“정보로 가득 차 있다는 것. 한 권으로 압축하다 보니 많이 생략했다는 점이 아쉽다.”
―책을 쓰는 데 걸린 시간(Time)은….
“브리태니커를 읽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
―오늘날 대학(University) 교육에 대해 책에서 비판했는데….
“중세 대학에선 교수들이 수강생 수에 따라 강의료를 받았다고 한다. 좋은 강의를 위해 고려해 볼 만한 제도다.”
―이런 책은 모험(Venture)인 것 같다. 그런 모험에 뒤따르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은 모험이다.”
―브리태니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Word)는 무엇인가.
“베르세르크(Berserkers). 벌거벗은 채 전투에 임했던 중세 스칸디나비아 전사들이다. ‘미친 듯이 달린다’는 말의 참뜻을 알 수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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