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백성의 아픔은 다산의 詩가 되어…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다산의 풍경/정약용 지음·최지녀 편역/246쪽·8500원·돌베개

“노전(蘆田)마을 젊은 여인 기나긴 통곡소리/동네 어귀 향해 소리치고 하늘에 울부짖네./전쟁 간 남편이 못 돌아오는 일은 있어도/사내가 거세(去勢)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네.”(‘스스로 거세한 사내를 슬퍼함’)

죽은 사람과 어린아이에게까지 군포(軍布)를 징수하는 가혹한 현실. 스스로 거세한 남성의 사연에는 백성의 고통이 절절히 그려져 있다. 수탈당하는 백성들의 참상을 절절하게 묘사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애민 시는 시대 변혁의 도구이기도 했다.

다산은 거중기(擧重機)를 만든 과학자이며 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 유명한 학자. 그러나 출중한 시인이기도 했다. 다산은 7세 때 이미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건, 멀고 가까움이 달라서지”라는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다산의 세상에 대한 포부와 열정, 현실에 대한 고발, 유배지의 풍광과 풍속, 서정적 감정을 노래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특히 ‘오징어와 해오라비’ 등 우화적인 어법으로 세태를 풍자하거나 삶의 원리를 비유적으로 노래한 시가 눈길을 끈다.

“백 가지 꽃 꺾어서 봐도/우리 집 꽃만 못하네/꽃이 달라서가 아니라/그냥 우리 집 꽃이어서지.”(‘꽃구경’)

전남 해남 강진 유배지의 풍광과 풍속, 일상을 읊은 함축적인 짧은 시편들에선 서정시인으로서 다산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다산이 살았던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은 변화와 혼란의 시기였다. 시인은 아파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다산의 시에서는 민생의 풍경과 그의 내면의 아픔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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