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일본 기자들이 파헤친 인구의 숨은 힘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강신규 옮김/288쪽·1만3000원·가나북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문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슈다. 국가 경제와 생산성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인구의 중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민족 간 대립, 종교 갈등, 에너지 부족,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인구 변화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본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들이 관심을 가진 것도 인구 문제. 처음에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현장을 누비며 취재해 보니 문제는 그뿐 아니었다. 기자들은 인구라는 렌즈로 세계를 바라보면 인구가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결과가 2005∼2006년 신문에 연재한 ‘인구가 바꾸는 세계’다. 연재 내용을 보완해 펴낸 것이 이 책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1인당 불임치료 시설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아이 낳기에 열중하는 까닭은 뭘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니다. 오히려 국가의 안보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다. 그러나 1967년 점령한 요르단 서안 가자지구까지 합치면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45%는 팔레스타인인. 전문가들은 유대인의 인구 증가율이 아랍계보다 낮아 2020년에는 유대인이 소수파로 전락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유럽연합이 터키의 가입 시도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인구 문제 때문. 터키의 인구는 7400만 명이다. 유럽연합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은 8270만 명이지만 출산율이 낮아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엔 터키 인구가 독일을 앞지를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의사결정기구에서 독일과 똑같거나 더 많은 투표권을 갖게 된다. 이슬람교도가 99%인 터키가 유럽연합의 주요 의사결정 국가가 되는 걸 유럽 국가들이 좋아할 리 없다.

이 밖에도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까지 나서 해외에 인력을 송출하는 필리핀이 두뇌 인력의 과다 유출로 오히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 이민자들의 선거권이 국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등 인구로 파생된 다채로운 세상 모습이 펼쳐진다. 기자들이 취재해 쓴 글도 군더더기 없고 명쾌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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