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고… 반상의 ‘여류 삼국지’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국내 여성 프로기사의 트로이카인 루이나이웨이 9단과 박지은 9단, 조혜연 7단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성 바둑계에서도 최강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남성 기사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루이 9단이 1인자라고 할 수 있지만 박 9단과 조 7단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어느덧 루이 9단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 최근 박 9단이 원양부동산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루이 9단에게 2-1로 역전 우승하면서 루이 9단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세 기사의 상대 전적을 보면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돼 있다.

박 9단은 루이 9단에게 역대 전적에서 8승 13패로 뒤지지만 2006년 이후 전적을 보면 4승 3패로 앞서 있다.

특히 박 9단은 국내 대회에선 번번이 루이 9단에게 밀렸지만 세계대회인 원양부동산배를 비롯해 2006년 대리배 준결승전과 정관장배 본선에서 루이 9단을 눌러 파란을 일으켰다. 박 9단은 루이 9단에게 거둔 8승 중 7승을 세계대회에서 따내 박 9단을 ‘세계대회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루이 9단은 박 9단에게 당한 아픔을 조 7단에게 푼다. 지금까지 24승 11패로 앞서 있다. 조 7단은 2003년 말과 2004년 초 루이 9단에게 여류국수전과 여류명인전을 잇달아 빼앗으며 루이 9단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로는 하향세를 거듭했다. 2006년 이후엔 루이 9단이 10승 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루이 9단은 21일 열린 여류명인전 결승 2국에서 조 7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 9단은 조 7단에게 맥을 못 추고 있다. 조 7단은 박 9단에게 11승 2패를 거두고 있다. 조 7단은 2003년 이후 9연승을 거뒀고 2006년 2번을 졌지만 지난해엔 삼성화재배 예선 결승과 여류명인전에서 박 9단을 눌렀다.

이 같은 먹이사슬 관계는 얼마나 이어질까. 한 프로기사는 이 관계의 향방은 젊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조 7단에게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여성 프로기사 랭킹 1위는 루이 9단이고 2위 자리를 놓고 박 9단과 조 7단이 다투는 형국이라는 전제 아래 먹이사슬 관계를 봐야 한다는 것.

그는 “기재 면에서 조 7단이 박 9단보다 낫기 때문에 박 9단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루이 9단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미흡해 밀리고 있다”며 “더구나 조 7단이 대학(고려대 영문과) 생활에도 관심을 쏟으며 바둑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박 9단은 특유의 승부기질로 세계대회와 같은 중요한 대국에서 루이 9단을 이기는 근성을 보여 준다는 것.

45세인 루이 9단이 노쇠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 7단, 박 9단과의 실력 차가 점점 좁혀지는 상황에서 조 7단이 바둑에만 집중한다면 박 9단은 물론 루이 9단을 넘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 경우 먹이사슬 관계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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