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남성 기사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루이 9단이 1인자라고 할 수 있지만 박 9단과 조 7단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어느덧 루이 9단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 최근 박 9단이 원양부동산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루이 9단에게 2-1로 역전 우승하면서 루이 9단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세 기사의 상대 전적을 보면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돼 있다.
박 9단은 루이 9단에게 역대 전적에서 8승 13패로 뒤지지만 2006년 이후 전적을 보면 4승 3패로 앞서 있다.
특히 박 9단은 국내 대회에선 번번이 루이 9단에게 밀렸지만 세계대회인 원양부동산배를 비롯해 2006년 대리배 준결승전과 정관장배 본선에서 루이 9단을 눌러 파란을 일으켰다. 박 9단은 루이 9단에게 거둔 8승 중 7승을 세계대회에서 따내 박 9단을 ‘세계대회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루이 9단은 박 9단에게 당한 아픔을 조 7단에게 푼다. 지금까지 24승 11패로 앞서 있다. 조 7단은 2003년 말과 2004년 초 루이 9단에게 여류국수전과 여류명인전을 잇달아 빼앗으며 루이 9단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로는 하향세를 거듭했다. 2006년 이후엔 루이 9단이 10승 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루이 9단은 21일 열린 여류명인전 결승 2국에서 조 7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 9단은 조 7단에게 맥을 못 추고 있다. 조 7단은 박 9단에게 11승 2패를 거두고 있다. 조 7단은 2003년 이후 9연승을 거뒀고 2006년 2번을 졌지만 지난해엔 삼성화재배 예선 결승과 여류명인전에서 박 9단을 눌렀다.
이 같은 먹이사슬 관계는 얼마나 이어질까. 한 프로기사는 이 관계의 향방은 젊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조 7단에게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여성 프로기사 랭킹 1위는 루이 9단이고 2위 자리를 놓고 박 9단과 조 7단이 다투는 형국이라는 전제 아래 먹이사슬 관계를 봐야 한다는 것.
그는 “기재 면에서 조 7단이 박 9단보다 낫기 때문에 박 9단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루이 9단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미흡해 밀리고 있다”며 “더구나 조 7단이 대학(고려대 영문과) 생활에도 관심을 쏟으며 바둑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박 9단은 특유의 승부기질로 세계대회와 같은 중요한 대국에서 루이 9단을 이기는 근성을 보여 준다는 것.
45세인 루이 9단이 노쇠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 7단, 박 9단과의 실력 차가 점점 좁혀지는 상황에서 조 7단이 바둑에만 집중한다면 박 9단은 물론 루이 9단을 넘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 경우 먹이사슬 관계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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