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연승 질주 돌부처 “이세돌, 겁나지?”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이창호 9단.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창호 9단.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8년엔 이세돌 9단을 겁나게 하겠다.”

이창호 9단은 4일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우수기사상을 받고 이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기기사상을 받으러 다시 단상에 올라온 그는 “아까 한 말을 농담으로 아는 거 같은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직설 화법을 좋아하지 않는 그가 ‘겁나게 하겠다’는 도발적인 용어를 쓴 것이 화제에 올랐다. 바둑계에선 이창호 9단이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작심’을 엿볼 수 있는 표현으로 해석했다.

이창호 9단은 올해 ‘겁나게 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13승 무패. 지난해 성적까지 포함하면 16연승이다. 그 상대도 조한승 목진석 안조영 9단, 윤준상 이영구 6단 등 랭킹 10위권 이내의 기사들이 적지 않다.

주위에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이창호 9단을 괴롭힌 건강이 많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대국 중 열이 올라와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끝내기 단계에서 역전패당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얼굴에 티가 날 정도로 붉어지는 경우가 없어졌다.

그는 최근 집에 헬스기구를 들여놓고 운동을 하고 있다. 탁구 테니스 등 격렬한 운동 대신 헬스가 몸에 잘 맞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월간바둑 구기호 편집장은 “이창호 9단의 건강 이상은 1년에 70국에서 많으면 100국 가까이 두는 생활을 20년 이상 이어오면서 피로가 누적된 결과”라며 “자의든 타의든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비교적 여유 있게 쉰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9단은 “26일 원익배 십단전 결승 1국에서 전투에 능한 목진석 9단을 상대로 단 한 번의 싸움에서 승기를 낚아채는 솜씨는 전성기 시절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했다”며 “바둑의 흐름이 유연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둑계에선 이창호 9단이 십단전에서 우승하느냐가 올해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십단전에서 우승하면 왕위전 KBS바둑왕전 중환배에 이어 4관왕이 되면서 7관왕 이세돌 9단을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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