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흐 연주의 정통성은 누구?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합창단은 1212년에 창설된 800년 전통의 합창단으로 1729년 4월 15일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초연한 바 있다. 바흐는 이 합창단의 종신 칸토르(음악감독)였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도 바흐가 살던 시대인 1743년 창단된 현존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다.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멘델스존은 1829년 3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100년 만에 ‘마태수난곡’을 다시 연주해 바흐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은 바흐의 종교음악을 연주하는 데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현대악기를 쓰는 반면 1986년 창단된 영국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17, 18세기에 쓰였던 당대 악기로 바흐의 ‘요한수난곡’을 재현한다.
음악감독을 맡은 바로크 전문 테너 마크 패드모어(에반겔리스트 역)를 비롯해 영국의 그라모폰지에서 ‘내일의 클래식 슈퍼스타’로 선정된 소프라노 캐럴린 샘프슨, 피터 하비(예수 그리스도 역)와 마이클 찬스(카운터테너) 등 호화 멤버들이 함께한다.
○ 바흐의 종교음악
바흐는 독실한 프로테스탄트(루터교) 신자였다. 루터교는 라틴어 성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바흐는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서의 수난기와 16, 17세기의 코랄(프로테스탄트 복음성가), 시인들이 쓴 수난시 등을 가사로 성금요일 예배에 연주되는 ‘마태수난곡’ ‘요한수난곡’ 등을 만들었다.
“신약성서의 예수 수난을 담은 복음을 배역을 나눠서 읽고 노래하는 것은 그레고리안 성가 시절부터 있었다. 종교개혁 이후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에서 매주 칸타타를 연주하며 예배에 음악을 본격 도입했다. 바흐의 합창곡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가슴을 뛰게 한다.”(백남용 가톨릭음악대학원장)
‘b단조 미사’는 바흐가 죽기 1년 전인 1749년에 완성한 곡으로 라틴어로 된 가톨릭 교회의 성찬예식을 담았다.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가 말년에 가톨릭 미사곡을 작곡한 이유에 대해선 “실제 미사곡이냐”는 등 논란이 분분했다.
나주리 한양대 음악연구소 연구원은 “‘b단조 미사’는 엄청나게 길고 형식이 달라 실제 미사에서 쓸 수 없었다”며 “바흐가 수세기 동안 이어 온 ‘미사곡’이란 형식을 빌려 다양한 예술세계를 담은 초교파적인 예술품을 창조해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공연정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 성 토마스 합창단=2월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바흐 ‘b단조 미사’, 2월 28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바흐 ‘마태수난곡’. 4만∼15만 원. 02-599-5743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 합창단=2월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바흐 ‘요한수난곡’. 4만∼15만 원. 02-586-272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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