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화의 유명세 때문에 공연 전부터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이 집중됐던 이 작품은 무대예술의 특징은 잘 살려냈으나 음악이나 연기 등은 기대보다 미흡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김다현-정성화 캐스팅은 영화의 안성기-박중훈 콤비를 넘지 못했다. 영화에서 박중훈은 한물간 가수 최곤을 실감나게 그려냈지만 1980년생인 김다현은 그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 주기엔 앳돼 보였고 ‘꽃미남’ 외모도 어색했다. 최곤의 충직한 매니저 박민수 역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정성화가 맡았으나 영화 속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 줬던 안성기에 비해 가벼워 보였다. 스크린과 달리 표정 연기를 살리기 어려운 무대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두 주연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를 무대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극 전개는 영화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했고, 1980년대 가수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는데도 그 시절 인기곡을 활용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을 살린 무대 연출은 돋보였다. 강 PD가 레코드판을 올리면 밴드 ‘이스트 리버’가 직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라디오 방송 중 떠나간 매니저를 찾는 최곤과 서울에서 김밥을 팔고 있는 매니저를 무대 양편에 배치한 대칭 구도가 스크린과 차별되는 무대의 특징을 보여 줬다. 민수가 곤에게 영월행을 권할 때 무대 상단에서 스위스풍의 낭만적인 목가적 풍경의 영월 모습이 펼쳐지는 부분도 재기가 돋보였다. 시골 방송지국장인 서현철도 순발력 있는 코믹 연기로 극의 어색함을 풀어 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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