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사랑, 이 비둘기와 같죠”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3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문초교에서 매직쇼를 공연 중인 마술사 함현진 씨. 비둘기 한 마리로 끝없이 또 다른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자 했던 예수의 큰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재명 기자
3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문초교에서 매직쇼를 공연 중인 마술사 함현진 씨. 비둘기 한 마리로 끝없이 또 다른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자 했던 예수의 큰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재명 기자
드로잉쇼 ‘크라이스트 드로잉’ 공연 도중 대형 캔버스에 목탄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드로잉 아티스트 김진규 씨. 예수와 열두 제자의 형상이 하나 둘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예수의 고난과 영광을 진지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제공 김진규 씨
드로잉쇼 ‘크라이스트 드로잉’ 공연 도중 대형 캔버스에 목탄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드로잉 아티스트 김진규 씨. 예수와 열두 제자의 형상이 하나 둘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예수의 고난과 영광을 진지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제공 김진규 씨
■ 이색 선교 두사람

커다란 종이를 잘게 찢는 마술사. 잠시 후 그의 손이 날렵하게 움직이더니 찢어진 종잇조각이 순식간에 한 장의 온전한 종이로 뒤바뀐다. 탄성이 터져 나오고, 이어지는 마술사의 설명.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당신은 갈기갈기 찢겨 고통을 당해도 끝내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놓으시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마술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매직쇼,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예수의 고뇌와 숭고한 정신을 전해주는 드로잉쇼…. 교리 공부와 설교라는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참신하고 흥미로운 형식의 복음 전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마술과 미술 속으로 사람들을 몰입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종교적 의미를 느끼도록 해준다.

매직쇼의 주인공 함현진(35) 씨는 마술을 통해 특히 예수의 사랑을 강조한다. 비둘기 한 마리로 끝없이 또 다른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마술이 그 대표적인 예.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의 끼니를 해결해주었던 예수의 자애로움을 설명하기 위한 마술이다.

신학대 출신의 함 씨가 마술을 배운 것은 1990년대 후반.

“우연히 마술을 배웠는데 문득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마술에 담겨 있는 쇼의 특성을 가스펠(복음)과 접목하면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오랜 훈련을 거쳐 국내 정상급 마술사로 자리 잡은 2003년 함 씨는 매직쇼를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매직쇼를 보여주기 위해 특정 교회 소속의 전도사를 그만 두고 전국의 교회와 학교 등을 돌면서 매직쇼를 선보였다. 그의 순회공연은 매년 150∼200회. 중국에까지 소문이 나 칭다오(靑島), 하얼빈(哈爾濱)의 한인교회에서 매직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30일에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문초교에서 공연을 펼쳤고 2월 23일 오후 1시엔 경기 안산시 안산제일교회에서 올해 첫 순회공연을 한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쇼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성경의 의미와 예수의 정신을 전파하는 드로잉쇼도 독특하다. 빛을 이용해 고통 받는 예수의 얼굴을 그려 보이고 목탄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려 보인다. 창작 과정을 지켜보면 예수의 고난과 영광의 일대기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가 출신의 드로잉 아티스트 김진규(39) 씨가 이 쇼를 고안한 것은 2005년 영적인 체험을 하면서. 평소 결과물(미술 작품)만 전시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그는 창작 과정과 영성(靈性)의 표현을 결합하고픈 욕망을 느꼈다.

“미술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과정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적인 체험, 종교적 의미도 보이지 않는 것인데 그렇다면 미술 창작 과정과 서로 통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한 가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2년간의 준비 끝에 2007년 6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크라이스트 드로잉’이라는 이름으로 드로잉쇼를 공연했다. 호평이 쏟아졌고 곧이어 일본 도쿄(東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초청 공연을 하기도 했다. 스님까지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자 김 씨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전용 공연장을 꾸미고 매일(월요일 제외) 드로잉쇼를 공연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개척교회 신도인 김 씨. 그는 공연 도중 제작한 작품은 모두 폐기한다.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이미 그 안에서 영적인 체험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무슨 욕심을 더 부리겠습니까.”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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