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8>狗不以善吠爲良, 人不以善言爲賢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狗(구)는 개 또는 강아지이다. 대체로 큰 개를 犬(견)이라고 하고 작은 개를 狗(구)라고 한다. 以(이)는 여기에서는 이유나 근거를 표시한다. 善(선)은 ∼에 능하다 또는 ∼을(를) 잘한다는 뜻이다. 吠(폐)는 짖다의 뜻이다. 주로 개 또는 유사한 짐승이 짖는 것을 가리킨다. 날짐승이 우는 것은 보통 鳴(명)이라고 한다. 吠雪(폐설)은 견문이 좁아 새로운 것을 보고 놀라서 떠들어대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눈이 오지 않던 남방에 눈이 내리자 개들이 놀라 짖어댄 데에서 유래하였다. 吠日(폐일)도 같은 의미이다. 항상 날이 흐려 해를 보기 어려운 지방에 해가 나자 개들이 해를 보고 짖어댄 데에서 유래하였다. 爲(위)는 ∼이다 또는 ∼으로 여기다로 풀이할 수 있다. 良(량)은 좋다 또는 우수하다는 뜻이다. 선량하다 또는 아름답다는 뜻도 있다. 또 그런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善言(선언)은 말을 잘한다는 뜻이다. 賢(현)은 현인을 가리킨다.

잘 짖는다고 좋은 개는 아니다. 집을 지키도록 하였으면 집을 잘 지키면 된다. 말솜씨가 좋은 것은 유용한 능력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명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말이 많은 것은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蘇東坡(소동파)는 최고 경지의 말 至言(지언)은 전할 내용이 있을 때 말하고 뜻을 다하면 그치는 말이라고 하였다. 또 지언은 번거롭지 않다고도 하였다.

청산유수로 소신을 말하지만 개가 짖는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말도 있다. 남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분노하게 만드는 말도 있다. 멈출 듯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지루한 말도 있다. 어느 자리에서건 듣는 사람을 잘 살펴가며 말한다면 그가 이미 현인이 아닐까? ‘莊子·徐無鬼(장자·서무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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