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유적 보존… 한글보급… 일장기말소…
이념떠나 민족대단결 이룬 3·1정신 실천
동아일보에 특별상 수여 만장일치로 결정
혼돈의 이 시대, 3·1정신으로 극복했으면”
“내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비폭력 평화 자유 정의 인도 자결의 뜻을 담은 3·1정신은 앞으로도 우리가 새겨야 할 귀한 정신입니다. 헌법에도 나올 만큼 우리 민족의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정신이지요. 우리나라 전체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가 없어 혼돈스러운 이 시대에 3·1정신은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995년부터 3·1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온 문인구(84·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변호사. 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구세군회관 8층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문 이사장은 “3·1정신은 젊은 세대가 꼭 알아야 할 것이니 기미독립선언서를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3·1문화재단은 1959년 ‘3·1문화상’을 제정해 학술 산업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시상해 왔다. 비폭력과 평화 자유 인도 자결 등을 뜻하는 3·1운동 정신을 문화로 계승하기 위한 상이었다. 3·1문화재단은 올해 제49회 ‘3·1문화상’ 특별상 부문에 동아일보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특별상은 3·1정신을 선양하는 데 크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한다.
“동아일보는 3·1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1919년 기미독립운동의 결과로 이듬해 동아일보가 창간됐지요.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충무공 이순신 유적 보존운동, 한글 보급운동, 나라꽃 무궁화 선양운동 등은 3·1운동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들이었지요.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도 3·1정신의 실천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신문을 통해 당당히 밝힌 것이지요.”
문 이사장은 “동아일보는 광복 후에도 1965년 한일회담 반대 데모로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되자 창간 45주년 기념사업으로 ‘삼일유적보존운동’을 벌였는데 ‘역시 동아일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3·1정신 선양사업에 앞장섰던 동아일보에 대해 우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수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또 “현 정부 출범 이래 동아일보의 과거사를 폄훼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수많은 공적에 대해선 눈을 감고 일제 말 강요로 행해졌던 한두 가지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3·1문화상은 1959년 당시 대한양회주식회사가 거금을 쾌척해 제정한 상이다. 휴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운데 폐허 속에서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심 사상에 ‘3·1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한 상이다.
문 이사장은 “3·1정신은 조국 광복에 대한 일념으로 유교, 기독교, 불교, 천도교가 하나의 운동 중심체가 되고 이념과 정치를 초월해 33인의 민족대표와 2000만 민중이 거족적인 운동을 일으켰던 정신”이라며 “기미독립선언서에는 일본을 미워하는 구절이 단 한 줄도 없을 정도로 상대를 용서하고 민족이 단결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가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3·1문화재단은 학술상 예술상 외에 지난해 처음으로 ‘특별상’ 부문을 신설했다. 3·1정신의 진정한 가치를 되살려 미래를 개척해 가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문 이사장은 “종교와 이념을 떠나 민족대단결을 이뤘던 3·1정신은 사회적 혼란과 좌우이념 대립이 격심해진 요즘 더욱 필요하다”며 “헌법에도 대한민국은 3·1정신을 계승한다고 한 만큼 새 정부도 3·1정신을 바탕으로 ‘최후의 1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광명정대(光明正大)하게’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