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중반 들어 프랑스에선 산업혁명에 힘입어 세력이 커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선거권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노동자와 소시민은 선거권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탄압했다. 이에 1848년 2월 파리의 시민들이 봉기했고 국왕이 영국으로 쫓겨 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2월 혁명’으로 부른다.
이탈리아 공산당의 기관지였던 ‘통일’은 현대로 오면서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다 결국 폐간되고 말았다. 2000년 7월의 일이다.
이 책은 1848년부터 2000년까지 유럽 좌파의 부침(浮沈)을 기록한 역사서다.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유럽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150년에 걸친 좌파의 역사를 추적해 방대한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완성한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0년.
책은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제헌의회가 국왕의 거부권 문제를 놓고 분열됐을 때 급진파는 의장의 왼쪽, 보수파는 오른쪽에 앉았던 것이 기원이 됐다.
이후 유럽의 좌파는 19세기에는 민주주의 운동, 이후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으로 이어졌다. 1968년 이후 신사회 운동이 등장했고, 1980년대 말부터 사회주의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옛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은 좌파의 의미를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좌파의 한계를 기록하면서도 좌파가 오늘날 민주주의에 미친 긍정적인 성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