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없을 것 같은 정보도 두드려 보면 나온다’는 점이다. 폭넓은 사용자만큼이나 색다른 관심사가 넘쳐난다. 일본 만화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큰 시장만큼이나 다양한 작품이 있다. ‘이런 소재로도 만화가 되는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때는 괜한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쓰카와키 나가히사의 ‘당선! 타네다 미키오’는 한국 인터넷의 깊이와 일본 만화의 깊이가 만나 한국어판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국내 출판되는 대개의 일본 만화가 지명도 있는 작품이거나 인기 장르에 집중되다 보니 낯선 소재의 작품은 소개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시의원 선거를 소재로 한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만화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면 만나 보기 힘들었을 작품이다. 정당 정치와 범죄, 음모 등을 다룬 거대한 규모의 정치만화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낯설다. 간혹 ‘동네 선거’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작품이 지닌 설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만화로 읽는 시의원 선거 전략 매뉴얼’이다.
주인공 미키오는 25세 고졸 남성이다. 하지오시라는 지역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교 시절에는 ‘남녀가 따로 받는 수영 수업을 통합하겠다!’는 공약으로 학생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날마다 짜증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순박하기만 한 젊은이다.
자신의 처지를 탓하던 그는 한 단골손님에게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유망기업 입사는 300 대 1, 방송 아나운서는 2000 대 1, 잡지 전속모델은 35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지만 시의원 선거는 5명 나와서 4명이 당선되고 매년 1000만 엔가량의 의정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다. 출마를 결심한 주인공은 선거 사기꾼에게 속아 돈을 날리기도 하고 ‘주제 파악 좀 하라’는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 소년만화의 전통처럼 주인공은 사건마다 시련과 함께 깨달음을 얻고 조력자를 만나 성장해 간다. 정치조직과 후원회를 설립하고 정치이념과 정책도 만들어 간다. 몇 개월 남지 않은 선거에서 기성 정치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후보 중 한 명이 된다.
일본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만화잡지 ‘코믹번치’에 연재 중이고 현재 단행본 3권이 발매됐다. 한국어판은 인터넷 만화사이트에서 연재 중이다. 수입 인터넷 만화는 질 낮은 번역과 편집, 온라인 점유도 확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소수 독자층을 위한 색다른 소재의 작품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즐거움까지 모른 척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는 독자라면 더더욱 이 같은 작품을 눈여겨봐야 한다. 막힌 시정을 뻥 뚫어 주겠다는 주인공의 ‘바람구멍론’은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이 꼭 챙겨 봐야 할 대목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