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 중국지사의 촉망받는 국제시장 전문가 우드 씨는 1998년 입사 7년 만에 네팔로 트레킹 휴가를 떠났다. 그곳 학교의 광경은 충격이었다.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 없었다.
그는 책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교사들은 믿지 않았다. 풍족한 이들이 우연히 마주친 가난한 풍경에 대한 연민이 얼마나 오래 가랴. 우드 씨가 다시 말했다. “약속하지요. 우린 다시 만날 겁니다.”
우드 씨도 걱정이 됐다. 휴가 뒤 스트레스가 많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그의 꿈과 열정을 가로막진 못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자선단체 룸투리드(Room to Read)를 설립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네팔 인도 베트남의 오지에 도서관 3000곳을 지었고 150만 권 이상의 책을 기증했다. 200곳 이상의 학교를 지었다.
우드 씨는 이 책에서 책 기증 운동에 뛰어든 이후 변화한 삶을 담담히 돌아본다. 그가 처음 책을 모아 학교에 전달했을 때 감사 인사는 “당신은 대단한 것을 선물했는데 우린 답례로 드릴 것이 거의 없군요”였다. 우드 씨는 목이 메었다. 자신이 작게나마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감정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자선운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04년. 바쁜 일정에 지친 우드 씨는 다시 휴가를 꿈꿨다. 그러나 바로 그때, 지진해일(쓰나미)이 동남아시아를 덮쳤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룸투리드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며 열정을 되살려 쓰나미 1주년에 스리랑카에만 22개의 학교를 건립했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세상을 바꾸려면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뛰어들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보내 주겠다는 첫 약속을 한 뒤 지인 100명에게 e메일을 썼다. “오지 어린이들을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을 하나 할까 합니다. 책을 보내주거나 이 e메일을 널리 알려 주세요. 아니면 책을 살 돈을 보내 주세요.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겁니다.”
아무나 저자처럼 삶을 자선운동에 던질 순 없다. 그러나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한 결심은 꼭 필요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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