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착한 女주인공’ 공식 깨 청소년 열광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이 100살을 맞았다.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몽고메리(1874∼1942)의 작품. 고아 소녀 앤이 사내애를 원하던 집에 잘못 입양됐지만, 특유의 명랑함과 낙천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면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다. 1908년 6월 13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50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청소년 독자들을 설레게 하면서 빨강머리 주근깨 소녀는 스타가 됐다.
앤의 100번째 생일잔치는 다양하게 벌어진다. 2월 초 펭귄출판사에서 소장판과 함께, 유족의 동의를 받아 작가 버지 윌슨이 쓴 프리퀄(첫 편 전의 이야기) ‘그린게이블스로 오기 전(Before Green Gables)’을 출간한다. 그린게이블스는 앤이 살던 집의 이름. 작가 몽고메리의 고향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는 올여름 작가와 작품을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청소년 문학에서 ‘빨강머리 앤’의 위치는 큰 의미를 갖는다. ‘빨강머리 앤’이 나오기 전 청소년 소설은 예쁘고 착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순하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바싹 마른 앤은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현실적인, 자신들과 닮은 앤의 모습에 열광했다. 지금도 아마존닷컴에는 “잊을 수 없는, 유쾌하기 그지없는 작품” “우울할 때마다 꺼내 읽는다”는 등 리뷰가 올라온다.
국내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13∼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빨강머리 앤’ 전시회가 열린다. 02-725-925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