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민주주의 → 능력 민주주의…장훈 교수 17대 대선 평가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글로벌 세대 60% 보수후보 찍어”

지난해 대선을 통해 한국인들은 민주주의의 두 핵심 기둥인 ‘참여(demos)’와 ‘통치(kratos)’ 가운데 ‘통치’로 강조점을 옮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정치포럼(대표 백영철 건국대 교수)이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여는 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을 중심으로 지난 대선을 평가한다.

장 교수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 ‘2007 대선의 의미와 18대 총선 전망’에서 “지난 대선은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탄생시킨 선거, 1979년 영국에서 강력한 신보수주의의 등장을 가져왔던 선거처럼 한국 민주주의를 새로 규정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통치’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으로써 한국에 ‘참여 민주주의’에 이어 ‘능력 민주주의’가 등장했다고 규정지었다.

그는 이런 방향 전환의 주역으로 20∼35세의 유권자를 지목한 뒤 이들을 ‘글로벌 세대’로 이름 지었다. 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5년 전 이 연령대의 유권자 가운데 59%가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60%가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

장 교수는 “글로벌 세대는 특정 이념, 세력, 집단에 안정된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이슈와 맥락에 따라서 지지를 바꾼다”며 “이런 글로벌 세대의 성향 속에서 ‘2.0으로 진화한 보수 정치’가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고 말했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7 대선에 나타난 한국 정당의 문제와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지난 대선은 이전에 비해 정당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고 대중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 당원의 지지율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후보 선출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점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정 교수는 정당의 선진화를 위해 인물 중심에서 탈피해 ‘정책적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당원들에게 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대 국회 평가와 바람직한 국회 개혁 방안’을 통해 17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 수는 행정부가 제출한 법안 수보다 6배 정도 많았지만 가결률은 20%대에도 못 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의원들이 원외 활동에 치중하는 것이 문제”라며 “1년 내내 국회를 여는 상시 개원제를 도입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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