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하는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이 원안을 쓰고 그의 조감독 출신인 전재홍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영화.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전 감독에겐 당분간 ‘리틀 김기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듯하다. 이야기 자체가 ‘김기덕표’이기도 하지만 거칠고 극단적인 화면으로 우리의 윤리와 가치관에 문제 제기를 하는 연출 방식도 스승과 닮았다.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를 뒤집은 잔혹 버전이다. ‘미녀…’의 주인공 한나가 전신 성형으로 미인이 된 뒤 그 아름다움을 즐겼다면 ‘아름답다’의 은영은 아름다움 때문에 자신을 학대한다. 처음에는 많이 먹어 뚱뚱해지려고 하다가 잘 안 되자 안 먹어서 뼈만 남기려 한다. 현실의 세계에서 폭식증 거식증은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다가 생기는 결과일 때가 많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거꾸로 아름다워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모두가 예뻐지려고 발악하는 세상에서 혼자 흉해지려는 은영의 모습은 가끔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낯설다.
남자들은 ‘미녀…’에서처럼 여전히 예쁜 여자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며 호들갑을 떨지만, 형사조차 은영을 성폭행한 스토커가 찍은 비디오를 혼자 보며 “강간하는 사람이 무슨 죄냐, 이런 몸을 가지고 있는 게 죄지”라고 중얼거린다. 은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듯했던 은철 또한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남성적 욕망의 노예가 되어 본질적으로 스토커와 다르지 않게 변해간다.
영화는 ‘여성은 피해자고 남성은 가해자’인 것처럼 시작해서 결국 모든 등장인물이 우리가 그토록 숭배하는 ‘아름다움’ 때문에 자신과 타인을 파멸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과장법이다. 예쁘면 살기 편한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현실을 비트는 상상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물론 그 끝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섬뜩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