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개막하는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의 ‘시간을 파는 남자’는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풍자한 작품이다. 스페인 작가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번안 뮤지컬이다. 시간 장사를 한다는 주제는 물론 이를 국악 위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민경준은 “시간이야말로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파는 남자’는 15곡의 창작 판소리로 이어진다. 반주를 맡는 6인조 밴드는 가야금 피리 생황을 비롯한 국악기와 콘트라베이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악뮤지컬을 표방하면서 서양 악기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셈이다. 민 연출은 “국악으로 만든 한국 요리에 서양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 악기가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사용해야 합니다. 무조건 국악기만 고집하는 게 오히려 콤플렉스가 아닐까요?”
풍자가 많은 이 작품에는 ‘코믹 발랄 코드’가 여러 곳에 담겨 있다. 극중 특허청 직원은 스무 개가 되는 팔에 모두 도장을 달고 나온다. 특허를 받는 데 얼마나 많은 도장을 찍어야 하는지를 조롱하는 것이다. 큰 인형으로 등장하는 대통령은 여러 배우에게 조종당하도록 설정돼 있다.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보여 준다.
타루는 판소리와 국악 중심의 뮤지컬 창작을 내세우며 2001년 결성됐다. 멤버는 14명으로 판소리 해금 가야금 등을 전공한 20대에서 30대 중반의 국악인들이다. 지난해 나이키 신발을 갖고 싶은 아이의 해프닝을 그린 ‘조선 나이키’ 등 3편의 단편 뮤지컬을 옴니버스로 엮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가 호평받았다.
민 연출은 “국악을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내놓는 방법을 늘 고민 중”이라며 “나도 국악을 전공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나 외국 소설을 보면서 성장한 만큼 서양 문화와 우리 문화를 접목하는 데 창작의 초점을 맞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7일∼3월 2일. 2만∼3만 원. 02-6481-1213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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