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사과의 말’ 듣지 못하고…위안부 할머니 지돌이씨 별세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낸 지돌이(사진) 할머니가 6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23년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서 소작농의 6남매 가운데 맏이로 태어났다. 18세에 결혼해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22세 되던 해 남편이 징병으로 끌려가자 경주로 돌아왔다가 중국의 방직공장에서 사람을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1945년 3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지 할머니는 그해 8월 조국이 광복됐지만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인과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다.

고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다 한국적십자사의 도움으로 2000년 6월 1일 귀국해 위안부 할머니가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지냈다.

이후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수요 집회에 참가하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상편지를 미국 하원 낸시 펠로시 의장과 톰 랜토스 외교위원장, 마이크 혼다 의원에게 보내 지난해 7월 미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족으로는 중국에 사는 아들 소군화(농업) 씨와 딸 소수금(교사) 씨가 있다. 남편은 1996년 81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 할머니 유해는 강원 인제군 하늘공원에서 화장된 뒤 나눔의 집 법당에 안치됐다.

나눔의 집은 3·1절인 다음 달 1일 나눔의 집 법당에서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지 할머니의 별세로 나눔의 집에는 김군자(82) 할머니를 포함해 군 위안부 피해자 8명이 남았다.

광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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