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유학생이 1년 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숭례문의 방화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2월 24일 중국에 유학 중이던 김영훈(22) 씨는 문화부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 코너에 ‘존경하는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이 글에서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확 불 질러 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숭례문 개방은 바람직했으나 경비가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또 “존경하는 관리자님 탁상 위에서만 이 글에 답하지 마시고 실무자로서, 이 나라를 사랑하는 분으로서 한번 현장에 나가 보시죠. 한숨만 나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고에도 숭례문이 전소된 11일 일본에서 유학 중인 김 씨는 문화부 홈페이지에 다시 ‘소식을 접하고’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이 글을 통해 “우리나라에 몇 개 남지 않은 소중한 문화재가 이렇게 허무하게 다 타 버렸다”며 “장관님! 비록 제가 한국의 교육제도에서 쫓겨나 만리타향에 살고 있지만 이 나라의 문화유적에 한시도 마음을 놓아 본 적이 없는데…”라고 한탄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