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감지기 그나마 줄어
■ 구멍 뚫린 문화재 관리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 화재 뒤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은 문화재 방재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10일 화마(火魔)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숭례문 화재에서 보듯 ‘문화재 재난 대응 매뉴얼’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문화재 관리 업무 분담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보호법상 국가문화재는 기초자치단체가 1차 관리를 맡고 문화재청이 감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문화재 관련 인식과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도 문화재청은 형식적인 관리 감독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보인 숭례문의 경우 문화재청이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중구청을 관리단체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중구청은 숭례문에 기능직 직원 3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후 8시면 모두 퇴근한다. 따라서 화재 취약 시간대인 심야에는 월 30만 원을 주고 경비업체에 의뢰해 폐쇄회로(CC)TV를 통한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보안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까지 야간 숭례문 경비를 맡아온 에스원은 지난해 수차례 CCTV 확대 설치를 요구했지만 중구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5년간 무료 관리를 약속한 KT텔레캅으로 경비업체가 바뀌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감지하는 적외선감지기는 9대에서 6대로 줄었다.
지방의 기초자치단체는 이보다 더 허술해 경북 경주시 안동시, 충남 부여군 공주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문화재 관련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화재 예방·진화 시설이 허술한 것도 문화재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신라의 천년 고도인 경주시에는 국보 및 보물, 민속자료 등 311점이 있으며 이 가운데 목조 문화재는 197점이다.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전무하고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곳도 불국사 등 3곳이 전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