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느 운동권 부부의 방황記…연극 ‘블라인드 터치’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12일 서울 산울림극장에서 막을 올린 ‘블라인드 터치’는 ‘시끄러운’ 일본 연극이다. 기승전결과 갈등구조가 첨예한 데다 정치적 이슈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환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가 28년간 수감된 남자와 그의 석방을 도우며 옥중 결혼을 여자다. 이들은 결혼 16년 만에 남자가 출소하자 새로운 부부 관계와 사회생활을 접하게 된다.

연출은 ‘인류 최초의 키스’ ‘프루프’ 등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온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386세대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라며 “방향성을 잃고 사회 부적응 문제를 겪는 주인공 ‘남자’는 곧 우리 사회의 386 운동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극계의 수구’를 자임하는 그는 “요즘 관객 취향에는 안 맞지만 연극은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며 “‘가벼움’을 말하는 이들에게 무거운 주제도 역설과 풍자를 통해 얼마든지 ‘가볍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역은 이남희, ‘여자’ 역은 윤소정이 맡았다. 김 대표는 올해 사카테 요지의 작품을 두 개 더 다룰 예정이다. 그는 “묵직한 주제로 중장년층을 다시 대학로로 데려오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3월 16일까지. 2만∼3만 원. 02-334-5915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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