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 미쳐 23년간 5000점 모았죠”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23년 동안 동서양의 안경 5000여 점을 모은 국내 최고의 안경 컬렉터. 맘에 드는 옛 안경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거금 1700만 원을 썼다가 부인에게 발각 나 호되게 혼났던 사람.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안경사 이정수(51·사진) 씨는 안경에 ‘제대로’ 미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컬렉션 가운데 1000여 점을 골라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옛날 안경과 안경집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품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1700년대∼20세기 전반 동서양 안경과 안경집을 망라한다.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18, 19세기 조선시대의 안경들. 이 씨는 “우리에게 안경이 소개된 것은 문헌상으로 임진왜란 때부터지만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18세기부터”라면서 “안경을 통해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고 말했다.

이 씨가 안경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안경사가 된 직후인 1985년. 처음에는 안경점 전시용으로 안경을 수집하다 곧바로 안경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틈만 나면 안경을 찾아다녔습니다. 서울의 황학동 장안동은 물론이고 중국의 벼룩시장, 골동가게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죠. 유럽 안경은 아는 사람들이 외국 나갈 때마다 부탁해 구입했습니다.”

그에게 안경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다. 그의 최종 목표는 안경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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