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休&宿<14>日 아키타 현 아키노미야온천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설경에 넋 잃고 수증기에 시름 잊다

소설 ‘설국’의 고향인 니가타만은 못해도 눈이라면 몸서리칠 만큼 많이 내리는 눈 고장이 혼슈에 또 있다. 혼슈 최북단을 구성하는 북도호쿠(北東北)지방이다. 북도호쿠는 최북단의 아오모리, 그 남쪽에 동서로 인접한 아키타, 이와테 이 세 현을 말한다. 그 위도를 보자. 니가타 현이 서울과 비슷한데 비해 북도호쿠는 38도선부터 이북의 청진(38∼42도)에 이를 정도로 북쪽이다. 그중 동해에 면한 아키타 현은 한겨울 눈 덮인 산속에서 온천을 즐기기에 기막힌 곳.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설경을 감상하며 휴식하기에 좋은 아키타 현의 아키노미야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 15분. 상공의 비행기 차창으로 펼쳐진 아키타공항 주변은 온통 설국이다. 아키노미야 온천향은 아키타 현에서도 남쪽의 내륙산악, 산골짝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자동차나 기차로 두 시간쯤 더 가야 한다. 요코테 시는 그 도중에 들르는 옛 성을 간직한 이 지방의 옛 도읍지. 매년 오늘과 내일(2월 15, 16일)에 이틀간 열리는 ‘가마쿠라 축제’로도 이름난 곳이다.

가마쿠라란 에스키모의 이글루와 비슷한 눈집이다. 한겨울 사냥으로 소일하던 산악지방에서 사냥꾼들이 산속에서 추위와 눈을 피하기 위해 지었던 임시거처다. 어둠이 내린 후 시내 미나미 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축제장을 찾았다. 가마쿠라는 보이지 않고 촛불이 하늘거리는 높이 30cm가량의 작은 눈집 수백 개가 하얀 눈밭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진풍경을 만났다. 그 눈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촛불 옆에 저마다 소원을 적은 네가이후다(願札·소원편지)가 들어 있다.

진짜 가마쿠라는 학교 옆 부케야시키(무사가옥)에 있었다. 2m 높이의 실내에는 ‘미즈가미사마(水神樣)’라는 명패가 있고 그 앞 화롯가에는 고깔 쓴 어른과 아이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가마쿠라는 물의 신을 모시기 위해 지은 것. 아키타 현이 곡창이자 사케(청주) 명산지임을 안다면 가마쿠라에 물의 신을 모신 이유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튿날 아침. 요코테 시청 앞이 소란스러웠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마쓰리(축제) 복장으로 나온 남정네들이 술이 거나히 오른 상태에서 요란스레 치장한 인형 기둥을 함께 들고 수백 명이 고래고래 고함치며 행진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근처 아사히오카 산의 신사. 동네끼리 경쟁하며 이 인형기둥을 신사로 나르는 일종의 겨울축제였다.

아키타 현은 온천향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쓰루노유가 있는 뉴토, 다카노유가 있는 아키노미야 두 곳이 유명하다. ‘주니히토유(十二秘湯)’라고 불리는 ‘열두 개의 비경을 지닌 아키타의 온천탕’은 주로 깊은 산속 계곡의 물을 끼고 발달한 이 두 산중의 온천에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뜨고 있는 곳은 아키타 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구리코마 산자락의 아키노미야 온천향. 약 열 곳의 료칸이 있는데 그중 다카노유 온천부터 찾았다.

다카노유 온천의 료칸이 자리 잡은 곳은 국도108호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계곡. 1885년에 터 잡이를 했다니 역사가 벌써 123년을 헤아린다. 료칸을 평가하는 기준은 네 가지다. 물(수질과 수량)과 음식(가이세키 요리), 시설(객실)과 풍치(로텐부로·노천탕)인데 다카노유는 낡은 시설(물론 고풍스러움이 돋보이는)만 제외하고는 모든 게 훌륭한 풍치온천이다. 특히 계곡의 설경은 압권이었다. 이 설경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계곡가의 로텐부로. 그 안에 몸을 담근 이들은 퉁퉁한 체격의 50대 아줌마가 모두 꽃다운 선녀로 비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을의 계곡가로 나가니 삽으로 자갈밭을 파는 사람이 보였다. 서너 삽 뜨자 웅덩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고인 물이 모두 온천수였던 것이다. 야쿠나이카와 강변의 아키노미야 온천은 이렇듯 온천지가 온천인 듯했다. 그러니 눈 구경과 더불어 온천욕도 즐기고 싶은 분들. 주저 말고 이 아키타 현의 아키노미야 온천향을 찾을 일이다.

아키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로=인천∼아키타 직항(2시간 15분 소요) ▽요코테 시=아키타공항에서 아키타 자동차도로로 56km ▽아키노미야(秋の宮) 온천향=아키타역∼JR우오혼센∼요코보리 역∼노선버스(30분)

◇웹 정보 ▽북도호쿠 웰컴카드=자유여행자를 위한 우대할인카드(1년 유효) www.northern-tohoku.gr.jp/welcome/korea ▽관광정보 △아키타 현=joyful-akita.blogspot.com(한글) △북도호쿠 3현 홋카이도 서울사무소=www.beautifuljapan.or.kr(한글) ▽스키장 △다자와코=www.hana.or.jp/ski/tazawako △야시마=www.city.yurihonjo.akita.jp

◇온천 료칸 ▽아케노미야 온천향 △다카노유(鷹の湯) 온천=수온 79도, 객실 25개. 숙식료(1박 2식) 1만1000엔. 현지 전화 0183-56-2141 △이나즈미(稻住) 온천=구리코마 국정공원의 산중계곡에서 13대째 영업 중인 고풍스러운 풍치 료칸.

■아키타의 특미 이나니와 우동과 기리탄포

얇고 쫄깃한 면발 입안에서 사르르

아키타의 맛은 순박하다. 산골 고장답다. 대표라면 기리탄포다. 삼나무 꼬챙이에 쌀밥을 말아 붙인 것으로 화롯가에 세워 불에 굽는다. 사냥꾼의 이동식으로 개발된 것인데 산과 쌀의 고장 아키타를 잘 말해준다. 기리탄포는 나베(냄비)요리에도 넣는데 그 나베에는 히나이도리(아키타 토종닭)도 빠지지 않는다. 일본 3대 닭에 들 정도로 육질이 좋다.

일본의 지방 특미로는 소바(메밀국수)가 으뜸. 그러나 아키타만큼은 ‘이나니와 우동’이 소바를 대신한다. 1860년 창업 이래 자손이 ‘사토 요스케(佐승養助)’라는 이름으로 7대째 한자리에서 대물림해 영업 중이다. 국수 제조 전 과정은 창업 당시와 변함없이 모두 수공이며 역시 비밀이다. 특징은 반투명하면서 얇고 쫄깃하며 매끈한 면발. 아키타 현에만 식당이 열두 곳이 있는데 ‘아즈크라베’(1500엔)를 시키면 소바처럼 차가운 면을 쓰유(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쓰메타이, 우동처럼 따뜻한 국물에 말은 아타타카이를 두루 맛볼 수 있다.

쌀의 고장 아키타 현은 사케(청주)의 고장이기도 하다. 효고 현과 교토, 니가타 현에 이어 일본 4대 사케 명산지에 든다. 아키타 사케의 대표양조장은 ‘료제키(兩關)’. 1874년에 창업해 이듬해 전국청주품평회에서 1등을 한 곳이다. 120년 된 1호 창고(숙성고)가 지금도 남아 있다. 아키타 현은 1인당 사케 소비량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주당의 고을이자 일본 전국에 ‘산나이토지’라고 불리는 아키타 출신 양조 기술자를 전파시킨 사케의 본산이다. 아키타의 술과 음식을 두루 함께 맛보자면 요코테 시내의 주점 겸 식당 ‘시치베(七兵衛)’를 권한다.

○맛 정보

▽이나니와(稻庭) 우동=www.sato-yoske.co.jp

▽료제키 양조=www.ryozeki.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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