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반세기 한말숙 씨 소설선집 내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6·25전쟁 뒤 젊은이들의 방황을 그려낸 등단작 ‘신화의 단애’(1957년 작)로 전후(戰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던 한말숙(77·사진) 씨.

그는 여성 작가가 드물던 때에 주목받는 소설가였으며 1960년대부터 영어나 프랑스어 등으로 작품이 소개돼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그가 등단 51주년을 기념해 소설선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창비)를 출간했다. 51년 문단생활 중 작가가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 11편이 실렸다. 한 씨는 “격동의 근현대사 5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소설을 써온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소설에선 전후의 핍진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신화의 단애’를 비롯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폭우에 맞서 살아가는 가난한 신혼부부의 삶을 묘사한 ‘장마’ 등이 그 같은 작품이다.

1960, 70년대 중산층의 삶의 풍경과 심리에 주목한 작품들도 흥미롭다. 조부상을 당한 대가족 안에서 빚어지는 전통과 현대의 갈등을 그린 ‘행복’, 아이가 식중독으로 입원하자 의술과 절대자에 대한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산층 주부를 묘사한 ‘신과의 약속’ 같은 작품이 그렇다. 9·11테러 직후의 미국 방문을 소재로 삼은 표제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선집엔 작가의 말 그대로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온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