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태우고도 정신 못차렸다

  • 입력 2008년 2월 15일 03시 00분


구멍 난 ‘문화재 보호’ ‘호기심이 망가뜨린 문화재.’ 14일 경복궁 사정전 건물의 문풍지에 구멍이 뚫려 있다. 관리소 측은 내부를 궁금해하는 관람객들이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아예 문살의 하단 부분에 창호지를 바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구멍 난 ‘문화재 보호’ ‘호기심이 망가뜨린 문화재.’ 14일 경복궁 사정전 건물의 문풍지에 구멍이 뚫려 있다. 관리소 측은 내부를 궁금해하는 관람객들이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아예 문살의 하단 부분에 창호지를 바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소방당국은 굴착기로 현장 파헤치고

문화재청은 타다 남은 자재 내다버려

숭례문 화재 진화 당시 소방 당국이 잔불을 끈다며 굴착기로 불에 탄 부재(部材·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 재료)를 파헤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잔해 수거 작업을 벌이던 문화재청은 일부 잔해를 폐기물집하장으로 반출해 숭례문 복원에 활용해야 할 기존 부재를 스스로 훼손하고 폐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49년 화재가 났던 일본 호류(法隆)사 금당의 경우 불에 탄 기둥과 벽화 등을 국보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숭례문 2층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11일 오전 2시경 중부소방서 소속 굴착기 1대가 숭례문 북쪽으로 들어가 부재 잔해를 파헤쳤다.

오전 3시 반경 “숭례문 잔해를 굴착기로 마구 파헤쳐도 괜찮으냐”는 한 시민의 말에 문화재청 김성도 사무관이 소방본부로 달려가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작업은 오전 3시 40분경 중지됐다.

소방 당국은 “잔불을 정리하려면 위에 쌓인 나무를 들어내야 했다”며 “문화재청 측과 미리 상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심스럽게 작업했다”고 해명했다.

화재 발생 사흘 뒤인 13일에는 문화재청이 일부 잔해를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폐기물집하장으로 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인부들이 잔해 정리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복원 시 활용 가치가 없는 자재들을 분류해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장에 버려진 잔해 중에는 전통문양이 생생한 기왓장 등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자재들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교수는 “문화재 잔해 복구 작업은 최대한 신중하고 절차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며 “당분간 현장을 보존하며 잔해의 위치를 정밀하게 표시한 뒤 수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폐기물 반출에 대한 비판이 일자 14일 오전부터 장외 반출을 중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2일 열린 건축·사적 합동분과 문화재위원회에서 충분한 상의를 거친 뒤 반출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문화재위원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숭례문 조사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잔해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지만 그곳에서 버릴 것과 보존할 것을 분류하라고 했지 바로 폐기장에 버리라는 얘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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